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기꺼이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라며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어느 시점에, 나중 어느 시점에 그것(평양 방문)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나는 그(김 위원장) 역시 대단히 미국에 오고 싶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평양행 가능성은 물론 김 위원장의 미국 워싱턴DC 방문 여지를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에게 아직 가야 할 길들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초청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방북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며 북한의 전향적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담보없이 북한이 희망해온 평양 정상회담을 수락할 경우 적잖은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어느 시점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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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 재개 의향을 밝히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와 제재 해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우리는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 그러한 논의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9월 하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현재까지는) 발표할 어떠한 만남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 조야에서는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정상회담 준비’에 치중해서는 안되고 비핵화 합의에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대화에 나오려는 진짜 이유는 다음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며, 비핵화를 논의하게 될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의 담화는 희망적인 신호”라면서도 “실무협상에서 반드시 비핵화 합의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실무협상에서 반드시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 등의 의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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