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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젠더’에 민감한 시대…한컴, 과감한 홍삼 광고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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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 자회사인 한컴이 제작한 ‘참다한 홍삼’ 광고가 광고업계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한화그룹 광고계열사로 출범한 한컴은 2015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회사다.

한컴이 대행한 중소기업 지씨바이오의 참다한 홍삼 광고는 중년 부부가 등장해 도원결의를 하거나 ‘우정(Friendship)’이라는 배에 탑승한 장면을 보여준다. 중년 부부가 ‘우정’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통해 홍삼 주요 소비층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참다한 홍삼’ 광고는 공개하자마자 국내 광고 전문 사이트 ‘TVCF’에서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순위는 방송된 지 3개월 이내인 광고를 대상으로 광고인, 광고주, 일반 회원이 평가해 선정한다. 제품 반응도 좋다. 참다한 홍삼은 신규 캠페인 인기에 힘입어 이번 추석 연휴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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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이 제작한 ‘참다한 홍삼’ 광고 한 장면 /오리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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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만난 국영은 한컴 CD(Creative Director)는 이번 ‘참다한 홍삼’ 광고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국영은 CD는 이번 ‘참다한 홍삼’ 광고 경쟁 프레젠테이션(PT)부터 참여해 제작을 총괄했다.

국영은 CD는 광고 경쟁 PT 과정에서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홍삼계 블루보틀’이었다. 미국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최고급 원두 등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미엄 홍삼’으로 브랜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광고를 구상하던 중 광고주로부터 신제품이 나왔으니 제품 광고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브랜드 광고에서 제품 광고로 대상이 바뀐 것이다.

문제는 제품명이었다. 신제품에는 ‘다시, 남자’, ‘다시, 여자’라는 직선적이고 도발적인 이름이 붙었다. 국영은 CD는 제품명을 듣자마자 한 마디로 ‘멘붕(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젠더 이슈에 민감한 만큼 ‘정력’이나 ‘갱년기’ 등을 주제로 광고를 만들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영은 CD는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 광고를 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제품명을 빼자는 의견도 나올 정도였다"며 "하지만 광고주가 제품명을 결정하면서 용감하게 한 발 내딛었는데 대행사에서 후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품명에서 연상되는 성적인 부분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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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만난 국영은 한컴 CD /오리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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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은 CD는 정력이나 갱년기 등이 본질적으로 나쁜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나 겪고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봤다.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 주요 소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중년 부부를 등장시켰다. 부부로 오래 살다보면 성적 매력을 가진 남성이나 여성보다는 동반자로 인지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서로를 이성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로 한 것이다.

한컴은 인터넷을 통한 시선끌기용 광고가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시청하는 TV로 송출되는 광고인 만큼 표현 방법도 신중하게 골랐다. 광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치 있는 포인트를 강조했다. B급 광고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영상 수준을 크게 높였다. 현장에서는 향수 광고 찍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또 하나의 난관은 광고 모델이었다. 참다한 홍삼은 배우 고현정과 직접 계약을 맺고 꾸준히 광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현정도 처음 광고 콘티를 보고 B급 광고처럼 보인다며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대행사인 한컴 측의 설득 끝에 광고를 맡기로 했다. 국영은 CD는 "B급 광고로 가게 되면 무게감이나 진솔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배우가 꼭 필요하다는 설득에 동의했다"고 했다.

국영은 CD는 "우정으로 살아가는 부부라는 것이 예전이었으면 입에 담기 망설여지는 화두였겠지만, 지금은 솔직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기존 홍삼 광고와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을 통해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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