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1층을 통째로 비웠다…금싸라기 땅의 실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쇼핑몰 `가로골목`. 골목길을 표방한 이동통로가 쇼핑 공간을 나선형으로 감싸고 도는 독특한 형태다. [사진 제공 = 네오밸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테일 상업시설 개발은 통상 '임대면적' 극대화를 우선시한다. 또 임대료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1층 수익성이 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러한 쇼핑몰 개발의 문법과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한 공간이 등장했다. 그것도 금싸라기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로수길의 최근 거래 가격은 대지 기준 3.3㎡당 2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담한 도전정신을 발휘한 곳은 국내 대표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네오밸류다. 이들은 사업비 480억원을 들여 신사동 가로수길에 쇼핑몰 '가로골목'을 최근 오픈했다.

대지 723㎡(약 219평), 연면적 2346㎡(약 720평)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된 '가로골목'은 실험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외벽을 없앤 누드 쇼핑몰은 시각적으로 파격이다. '가로골목'은 골목길을 표방한 이동 통로가 쇼핑 공간을 나선형으로 감싸는 구조다. 인사동 '쌈지길'이 가운데 중정을 두고 돌아가는 동선이라면 '가로골목'은 가운데 상점을 두고 복도가 주위를 감싸는 형태다.

통상 복도와 계단은 임대면적에서 빠진다. 돈이 안 된다는 소리다. 상가 건물을 개발할 때 계단을 가장 구석진 곳에 몰아넣는 이유다. 하지만 '가로골목'은 임대면적을 최대화하는 설계를 포기하고 대신 외부로 노출된 나선형 골목길을 만들었다. 이러한 계단은 2~5층 접근성을 높여 상층부 임대료를 높일 수 있다. '노출 계단'의 성공 사례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상권에서 입증됐다. 쇼핑객들은 노출 계단을 오를 때 바깥 경관도 즐기는 한편 주위 시선을 의식하느라 피곤함도 잊는다.

연희동 상권 개척자인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는 "상가 건물의 2~5층은 공실 위험도 높고 임대료도 낮다"면서 "계단의 주목도를 높여 고층부 임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골목'은 3.3㎡당 50만원(또는 매출의 20%) 수준에 임대료를 책정했고 현재 지하 1층을 제외한 전 공간 임대가 완료됐다. 임대 기간은 대부분 3개월로 일종의 '팝업스토어' 형태다. 권리금과 보증금도 없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작지만 개성 있는 브랜드가 집결된 가로골목이 쇠락해가던 가로수길을 매력적인 상권으로 회복시키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로골목' 1층은 파격의 극치다. 1층을 아예 비워 놓다시피 했다. 임대 공간 대신 통로를 만들어 메인 도로인 '가로수길'과 소위 '나로수길'이라고 하는 이면도로를 이었다. 대신 1층에서는 '벼룩시장'과 같은 초단기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주말 약 1만명이 '가로골목'을 방문했다.

2017년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정동섭 딜로이트코리아 재무자문본부 전무는 "뉴욕 맨해튼 상업시설 수익률도 1%대이지만 희소가치 때문에 매물이 귀하다"면서 "가로수길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기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