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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글로벌 복합불황 ③] 부채·무역전쟁에 바퀴빠진 삼두마차…중국 `바오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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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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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이 동반 위축되면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복합불황' 그림자가 중국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중국은 의도치 않게 글로벌 복합불황을 직간접적으로 야기한 당사국 중 하나다. 복합불황의 불을 지핀 충격으로는 △중국의 공급 측면 개혁(1차 쇼크)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2차 쇼크)가 꼽힌다. 이들 두 변수는 시차를 두고 상호작용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위축시켰다. 공급 측면 개혁이 중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무역전쟁은 대외적으로 발생한 충격이다. 두 가지 충격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중국 경제를 강타하는 형국이다.

중국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과잉 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 측면 개혁'을 2016년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채 감축에 열을 올리자 전통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자발적인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것이었다. 세계 경제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공급 감축에 나서자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등 부작용을 낳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즉각적인 타격을 입을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중국 당국이 공급 감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관련 충격이 세계 경제로 전이되는 데 시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뜻하지 않게 복병을 만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2018년 7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미·중 간 통상 분쟁의 고조는 가뜩이나 구조조정과 부채 감축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져 있던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1차 피해는 제조·수출 산업에서 두드러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 산업군으로 피해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총공급이 크게 위축됐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으로 공급 측면에서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자 중국 당국은 올해 초부터 각종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며 수요 측면으로 충격이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 애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약발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0~6.5%'로 낮춰 잡은 뒤 2조1500억위안 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2조위안 규모 감세로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6.4%와 6.2%를 기록하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급기야 리커창 총리는 지난 16일 "중국 경제가 6% 이상 중고속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처음으로 언급하며 향후 '바오류'(保六·6%대 경제성장률 사수) 목표를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생산 위축으로 발현된 공급 충격은 가처분소득과 소비 탄력도를 떨어뜨려 수요 충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8월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후폭풍이 최근 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등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면서 서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복합불황의 전조를 엿볼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7년 반 만에 최저치다. 로이터통신은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저조하게 나온 것은 무역전쟁 여파와 수요 감소 충격으로 중국 경기 둔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소비 척도를 나타내는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5%를 기록해 전달 수치(7.6%)와 시장 전망치(7.9%)보다 낮게 나왔다. 1~8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5%에 그쳐 연중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8월 수출입 총액 증가율은 0.1%에 불과했다. 제조업 활력 정도를 나타내는 경기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최근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7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해 3년 만에 수축 국면으로 접어든 데 이어 8월 PPI 상승률은 -0.8%를 기록해 전달보다 낙폭을 더욱 키웠다.

이를 두고 중국 안팎에서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디플레이션이란 경기가 침체된 국면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복합불황 도래 가능성을 일단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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