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았던, 바꿔 말해 기권율이 제일 높았던 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이다. 투표율은 46.1%에 불과, 대의민주주의 위기 논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17대에 비해 14%포인트 감소했고, 그 4년 후 19대 총선(54.2%)과 비교해도 도드라진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18대 총선 5개월 전 2007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흠이 많은 대통령 후보’ 이명박은 500만표 차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0.5%로 최저에 그쳤다.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이탈한 무당층이 대거 투표 기권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총선 뒤 야권의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서 한동안 무당층은 40%대를 넘어 50%를 넘나들었다. 이명박 정부 실정에 실망한 중도층이 야권 지지로 옮기지 않고 무당층으로 이동해서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무당층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추석 민심’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무당층이 38.5%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긍·부정을 합치면 95%, 조국 법무장관 찬반 여론도 합치면 90%를 넘는다. 한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합쳐서 50~60%대다. 기성 정당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지닌 무당층이 격증했다는 얘기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한편이 허물어졌으나, 이탈한 그들이 ‘도저히’ 한국당을 향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제3지대 역할을 해야 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유인 매력을 상실했다. 정녕 정당정치의 디스토피아로 일컬어지는 ‘무당파 제1당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는지 모른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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