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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외교·국방부 빼고, 기재부 출신이 방위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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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 통상문제 등 연계 조짐"

준비과정에 통상전문가 참여 예정, 경제 전문이 수석대표 맡는건 처음

동맹·안보 측면 대신 비용 따지다 증액 원하는 美와 갈등 가능성

청와대가 이달 말 열릴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이끌 정부 수석 대표에 기재부 출신의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정 전 부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처음으로 기재부 출신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끌게 된다. 청와대 내 외교·안보 라인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 등 통상 전문가 출신으로 채워진 데 이어 한·미 간 군사 협상도 경제 인사가 맡게 되는 것이다. 지난 열 차례의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 수석 대표는 외교·국방부 현직 간부가 맡아 왔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동맹과 안보적 고려보다는 분담금 증액을 막는 데 최우선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확대를 요구해 온 미국 측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적잖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전략 자산 전개, 한·미 연합 훈련,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비용 등 항목까지 포함한 청구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분담금 증액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통상, 외환 문제도 방위비 협상에 연계를 할 조짐이 보이는 만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과거 협상 때보다 미국이 요구하는 분담금 증액안의 적정성 등을 더 명확하게 따져 '액수 싸움'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열 차례 이뤄진 방위비 협정을 검토한 뒤 외교·국방부 등 부처 출신 수석 대표들이 미국의 논리에 지나치게 끌려갔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위비 협상 문제를 '동맹'이나 '안보' 측면이 아닌 비용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한·미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을 놓고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명한 상황에서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동맹 측면이 아닌 '돈' 문제로만 볼 경우 미국의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미국이 요구한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3각 협력 등 동맹·안보 강화 측면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행시 28회 출신으로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 차관보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때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고, 금융위 부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정부는 정 전 부위원장 이외에도 협상 태스크포스(TF)에 기재부 예산 담당자와 산업부 통상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협상 준비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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