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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평양공동선언 1주년에 돌아보는 참담한 안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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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내일이면 남북 정상이 3차 정상회담을 하고 9·19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지 꼭 1년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채택했다. 한반도가 비핵화와 평화 공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군사 분야 합의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혔지만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철수 등 일부 합의만 이행했을 뿐 나머지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외려 지난 5월 이후 10차례나 미사일이나 신형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나섰다. 적대행위 전면중지를 규정한 9·19 군사합의서 1조를 정면 위반한 것이다. 9·19 합의가 ‘빛 좋은 개살구’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북한 비핵화도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1년 전 평양에서 전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 합의한 비핵화 실무협상을 외면하다가 이제는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해제를 의제로 제시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그제 담화를 통해 ‘몇주일 내 실무협상’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달라진 게 없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폐지 등으로 우리 안보태세가 느슨해진 사이 북한은 미사일 등 무기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지만 정부는 항의는커녕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며 두둔하기에 바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추진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이 우려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한계가 드러난 ‘중재자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외교안보 라인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언쟁을 벌인 사실을 국회에서 시인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참담한 안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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