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김영란 전 대법관 "계층 이동 사다리 막는 사회 옳지 않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막아버리는 사회는 옳지 않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려워지는 사회는 발전이 없는 사회입니다. 개천에서 용을 나게 하는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됩니다.”

국내 첫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대법관이 17일 낮 새 책 ‘판결과 정의(창비 )’ 출간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전 대법관은 부정청탁 관행을 바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이며, 아주대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거리를 두고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펼쳐질 역사를 생각하면서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판결들을 보자는 취지에서 썼다”면서, 대법관 퇴임 이후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에 관한 견해를 담아냈다. 간담회에서 김 전 대법관은 대법원 판결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정의롭게 했는지를 살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KIKO 사건, 삼성엑스파일 사건,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등을 통해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1981년부터 판사로 일한 김 전 대법관은 “정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법원의 역할은 갈등을 평화롭고 모든 사람 혹은 당사자들이 최대한 수용할 수 있게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관들에 대해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그는 간담회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에 대해 특히 지적했다.

현재 판사가 되는 문도 좁아지면서 상류층 비중이 커지고, 그들이 내리는 판결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법관은 “계층 이동이 비교적 쉬웠고 갈망이 컸던 사회기에는 좌절감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좌절감을 완화하고 열망을 키울 수 있도록 제도를 구성해 가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열망을 가지고 나아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에 대해 “교육제도에서 쌓아온 지식 외에 최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차별 문제에 대해 “가부장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지면서 가부장제가 해체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보수적인 대법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