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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로봇손이 하루 400만개… 만두로 1兆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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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명, 중국 6명, 베트남 13명, 러시아 2명, 독일 9명.

올해 CJ제일제당의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해외로 파견된 '만두 기술자' 숫자다.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 년씩 인천냉동식품공장 출신 만두 기술자 50여명이 매년 해외에 나가 한국 만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만두가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만두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었다. 올해 예상되는 CJ제일제당의 만두 매출은 9050억원. 이 중 62.4%인 5650억원이 해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만두의 질주 비결은 만두의 '마더플랜트'(mother plant)라고 불리는 인천냉동식품공장에 있다. 이곳은 중국 업체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만두 공장(연 면적 2만2236㎡)이다.

◇CJ제일제당 만두 성공 뒤엔 인천 공장이 있다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선 하루 140t의 만두가 생산된다. 35g짜리 '비비고 왕교자'를 기준으로 하루 400만개의 만두가 생산되는 셈이다. 만두 제조 공정은 크게 재료를 손질·세척하는 전(前)처리, 만두 형태를 빚어내는 성형, 고온으로 쪄내는 증숙(蒸熟), 급속 동결, 포장 등으로 진행됐다. '로봇 손'이 조물조물하자 손으로 빚은 듯한 만두 모양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포장된 만두는 이르면 다음 날 대형마트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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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인천 중구 신흥동에 있는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성형 공정을 거친 만두들이 찜기로 들어가고 있다. 공장은 연면적 2만2236㎡ 규모로, 국내 시장용 만두 400만개가 매일 이곳에서 생산된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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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2015년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만두 브랜드를 넘기 위해 고기와 야채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들던 관행을 버리고 칼로 써는 공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려 풍부한 식감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 3000번 이상 반죽을 치대고 진공 반죽을 할 수 있는 장비도 개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14년부터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제조 역량 차별화에 특히 주력했다"며 "물결 치는 듯한 만두피 주름을 구현하는 데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만두 성형 공정은 대외비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개발된 생산기술은 해외사업장으로 그대로 이전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천 스타일'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국내와 달리 숙달이 덜 된 해외 사업장의 현지 직원들이 설비를 운용하고 청소를 위해 분해·조립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결국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복잡한 과정을 현지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대신 새 설비를 개발하는 것을 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설비 운용을 쉽게 하기 위해 터치패드를 도입하고 누구나 분해·조립할 수 있도록 나사를 없애고 탈착식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연구원들과 생산 인력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었다. 인천에서 검증을 거친 이 설비는 미국, 베트남, 독일 등 국내외 10개 사업장으로 확산돼 생산성을 높였다.

◇신규 인력 지속 채용…20~30대 직원이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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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일하는 174명(도급사 제외)의 직원 가운데 20대가 54%, 30대가 28%를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만두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규 생산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했다"며 "다른 제조업체들과 비교해 처우가 좋고, 매년 50여명 해외 파견 기회도 있어 젊은이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닭고기와 고수를 넣은 미국식' '해산물과 옥수수를 넣은 베트남식' '소고기 위주의 러시아식' '배추와 버섯을 넣은 중국식'….

CJ제일제당의 만두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또 다른 비결은 이처럼 철저한 현지화였다. 베트남의 경우 더운 날씨 탓에 냉동 만두가 녹고 서로 달라붙을 수 있다고 판단해 플라스틱 트레이에 하나씩 담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식문화 트렌드를 분석해 현지 소비자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목표는 내년에 만두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6조원 규모의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을 15%대로 올려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인천=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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