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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우디 테러]유류세도 올랐는데… 국내 실물경제 '나비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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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시설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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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지대에서 일어난 무인 항공기(드론) 테러가 한국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끈다.

테러 직후 시장은 ‘경기’를 일으켰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뛴 62.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15.5%까지 오르기도 했다.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같은 날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14.61%, 두바이유는 7.74% 상승 마감했다.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이달 내 석유 시설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WTI가 5.65% 하락 반전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번 사우디 테러는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석유 시설이 파괴된 이후 최대 규모 손실이라 단기적인 국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얼마나 지속하느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테러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군사 행동을 공언했다. 실제 군사 작전을 실행한다면 중동발 수급 불안 장기화로 유가 급등이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주재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중동 지역 불안이 확대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원유 수급 상황 악화 시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 비축유 및 재고 방출을 검토하는 등 수급 안정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피폭된 석유 시설 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전망인 데다 2억 배럴 규모 국내 비축유의 시한은 6개월이다. 정부가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를 우려하는 이유다.

관심사는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 미칠 ‘나비 효과’다. 원유라고 하면 주유소 기름을 떠올리기 쉽지만, 원유는 전체 소비자 물가를 들썩이게 할 만큼 방대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원유를 정제하면 끓는 점에 따라 LPGㆍ가솔린ㆍ등유ㆍ경유ㆍ나프타ㆍ윤활유ㆍ중유 등이 나온다. 이들은 각종 영역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나프타만 해더라도 각종 생활용품에서 전기전자ㆍ컴퓨터ㆍ자동차ㆍ건설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산업의 쌀’로 불린다. 한국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은 플라스틱ㆍ합성수지ㆍ합성섬유ㆍ고무까지 파생돼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의류와 안경ㆍ휴대폰ㆍ가방ㆍ신발 등 각종 물건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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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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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줄곧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저물가’ 추세에 대해 석유류 가격 인하를 꼽았는데 여기에도 변수가 생겼다. 통상 유가가 오를수록 유류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한 점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한시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지난달 말 종료하고 이달 1일부터 정상 세율로 환원했다. 정유사는 즉각 휘발유ㆍ경유ㆍLPG 값을 올렸고 종료 후 일주일 주간 전국 휘발유 평균가는 L당 23원, 서울은 32원 상승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이 급등했다.

실물 경제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 유가가 오른 만큼 기업이 느끼는 원가 부담이 커져서다. 생산 원가 상승→재화ㆍ서비스 가격 상승→소비 위축→기업 매출 감소→투자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유가 변동의 국내 거시경제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공급에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우리 경제는 제조업 산업생산지수가 5~6개월 정도 하락한 뒤 회복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석유제품 제조 원가가 7.5% 상승한다.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ㆍ전자ㆍ자동차 등 산업도 0.1~0.4% 상승 압력을 받는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주요 산업의 원가 부담이 확대할 것”이라며 “생산비용 증가가 기업 수익성 악화 및 산업 경쟁력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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