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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뜨거운 감자' 생활물류법…학계마저 찬반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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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택배사들이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을 두고 "일방통행식 노조 편들기"라며 반발에 나서면서 노동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 대치 상황을 마주한 학계 전문가들의 해법도 둘로 쪼개진 모양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택배사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최근 '생활물류법에 대한 택배입장'을 내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지난 8월2일 박홍근 의원 등 22명이 생활물류법 제정안을 발의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이 법안은 택배시장 육성과 종사자 처우 개선이 주요 골자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이 법안엔 택배 노동조합 등 일부 단체의 이해만 주로 반영돼 있어 업계 구성원들의 사업 의지를 무너뜨리고 소비자 피해 규모를 키울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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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의 주요 내용.

택배업계는 발의된 법안에 택배기사들의 권익만 명문화돼 있고 이들이 집화·배송 등을 거부할 때를 고려한 제재 방안은 담겨지지 않았단 점을 지적한다. 제정 목적에 들어맞기 위해선 각 독립된 사업자인 택배업체와 대리점, 택배기사의 책임과 의무를 아울러서 규정해야 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택배사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지점은 해당 법안이 유독 업체에만 과잉 제재를 들이댔단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택배사에 안전조치 위반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지게 하고 있고, 사망 재해 발생 시 영업을 정지시킨다. 그런데 발의 법안에서도 택배업체에만 운송위탁계약 체결금지와 등록취소 등 사업 중단을 뜻하는 제재를 가하는 건 부당한 이중 처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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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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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업환경의 안전성과 적정요금 산정 등을 주장해 온 노동계는 법안의 항목들을 반기는 상황이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발의 법안은 '대리점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사고 대비 안전장치 확충' 등 택배사 측 책임에 집중한 데다가 '일자리 안정'과 '요금에 대한 백마진과 리베이트 금지' 등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 개선에도 힘 썼다"면서 "조속한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택배사들이 합의점을 도출할 때까지는 법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학계 의견도 양편으로 갈라선 듯하다. 법안 속 조항들을 놓고 노동계의 요구에 힘을 실어야 한단 의견과 혁신을 꾀야 하는 사측의 편의를 봐줄 것을 조언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최시영 아주대 공학대학원 물류SCM학과 교수는 법안이 노동계 편의에 치우져 있단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향한 지원책이 택배사들의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단 입장을 내놨다. 노사를 독립된 사업자로 떼어 본다고 할지라도 한쪽이 다른 한쪽에 소속된 이상 '갑을' 관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사들 사이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회자되던 '산재 처리'와 '최저 수수료 보장' 등 처우 개선에 미칠 법안의 역할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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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당사자별 반영 조항 정리. (이미지=최시영 아주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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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의

최 교수는 법안에 '기존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사업 구조에서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가할 것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주당 평균 74시간을 일한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디지털투데이에 "기사들의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한정하려면 지역의 일정 담당구역을 맡는 기사 단위를 2배수로 늘리면 된다"면서 "택배기사 본인에게 할당되는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삶의 질과 산업 발전엔 큰 폭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발의 법안이 물류 혁신을 막아 시장 혼란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철웅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노동조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노조의 요구안들은 첨단 물류센터 설립과 자동화 장비 도입으로 바빠야 할 택배사들의 앞길을 일부 가로막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법안의 주요 목적인 택배시장 육성에 들어맞기 위해선 택배사 차량 증차와 물류센터 확대를 위한 자원 공급 계획과 관련 지원대책 등의 조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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