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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양사 CEO(최고경영진) 만남 이후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LG화학의 형사고발로 SK이노베이션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양사간 비방전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은 것.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모습이다.
1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전날 오전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수사는 LG화학이 지난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 담당 직원을 형사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4월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바 있다. 국내 수사기관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 내부에서도 고위 경영진만 국내 고발건에 대해 인지하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같은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했다.
또 “이번 수사로 SK이노베이션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명백히 밝혀져 업계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선의의 경쟁으로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발표보다 약 한 시간 앞서 상대방을 비판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압수수색과의 연관성은 확인할 수 없지만, 양사간 감정골이 날로 깊어지는 것을 의식한 듯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주장하는 빼오기 채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 왔다. 그 의지는 변함 없을 것”이라며 협상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업계 우려는 확산하는 분위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전격 회동한 지 하루 만에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만큼, 사실상 타협으로 갈등을 좁힐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양사 CEO는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서 두 CEO는 각사 입장만 전달하는 데 그쳤지만, 대화 창구가 열렸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소송전이나 비방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압수수색으로 하루 만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일각에서는 경찰 고발이 갈등의 시작점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CEO 만남과는 별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두 회사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난타전에 또다시 돌입하면서, CEO 추가 회동이 분쟁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EO 2차 회동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요구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명분이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는데, 사실상 LG화학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사간 물밑협상을 거쳐 2차 회동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만남은 이르면 9월 말께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SK 나이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께 출국하는 만큼, 김 사장 귀국 시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추가 회동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선(先)사과, 재발 방지, 피해배상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1차 만남 이후에도 여전히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쌍방 소송전은 LG화학이 제기한 ITC 제소로 촉발됐다. LG화학은 경쟁사가 인력유출을 통한 핵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우선 청구했고, 이달 초 ITC에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반격에 대응하기 위해 특허 침해 건으로 추가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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