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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손정의 천하' 글로벌 모빌리티에 먹힐라…엑셀 밟는 '카카오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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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0월 카니발·스타렉스 '라이언택시' 800대 주행

'타고솔루션즈' 인수로 중형택시도 확보…시장선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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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가 중·대형 택시 5000여대를 파트너로 확보하고 한국형 승차공유 모델인 '플랫폼 택시'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택시면허를 중심으로 승차공유 시장의 판을 짠 정부 방침에 발빠르게 대응해 국내외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플랫폼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8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총 4500여대 택시를 보유한 50여개 법인택시회사를 가맹사로 둔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지분 7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타고솔루션즈 지분 30%를 보유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지분인수를 통해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분 인수 후 타고솔루션즈의 사명을 자사의 이니셜을 딴 '케이엠솔루션'으로 바꾼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명도 '웨이고블루'에서 '카카오T블루'로 바꿔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300대 수준인 운행대수를 연말까지 1000대까지 확대하고, 향후 가맹업체를 더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르면 10월 100여개 법인택시회사와 손잡고 대형택시 서비스 '라이언 택시'(가칭)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시에 요청한 운영 지침이 나오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래핑한 '카니발'과 '스타렉스' 등 승합차 700~800대를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친(親) 택시' 행보로 플랫폼 택시 기반 마련한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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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선보일 '라이언택시'(가칭)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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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토교통부의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로 한국형 승차공유 모델이 택시면허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플랫폼 택시'로 정리되면서 해당 논의를 이끌어 온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주'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시범서비스를 출시하며 승차공유 사업의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지자 결국 본 서비스 계획을 접어야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사업에 투입된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를 감내하고 정치권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해 자가용이 아닌 택시에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때부터 택시업계 설득에 나서 제도권까지 끌고 온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력이 플랫폼 택시 사업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형택시 사업 추진을 위해 수차례 설명회를 열고 택시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사납금 제도 폐지를 앞두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택시업체들이 이런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에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타고솔루션즈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뛰어든 중형택시 가맹사업에서도 '훈풍'을 예고하고 있는 이유다.

◇택시업계 '화살' 경쟁서비스 '타다'로 방향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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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열린 '타다 서비스 중단 촉구 집회'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조합원들이 택시 우측 면에 '타다 OUT!'이 적힌 현수막을 부착해 놓고 있다. 2019.6.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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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이 카카오를 향해 꺼내들었던 칼날은 이제 '타다'를 운영하는 경쟁사 VCNC를 향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렌터카 기반의 기사동반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불법 유사택시 영업으로 규정하고 형사고발 등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택시업계는 국토부의 택시제도 개편방안 실무 논의기구에 대해서도 VCNC 참여에 반대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VCNC는 차량대수 1000대를 넘어선 타다 베이직 모델을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기존 택시면허를 가진 기사들을 파트너로 모집해 운영하는 준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함께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두 방향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와 택시업계가 혁신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이 결국 화살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가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끌고 가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스타트업들도 규제 논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력 지닌 외산기업보다 먼저 '플랫폼' 선점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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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면허 및 가맹업체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쩐의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잠재적 경쟁자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우버' 등 글로벌 업체들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3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로 국내에 진출했다가 규제 이슈로 사업을 접었던 우버는 규제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이 보이자 다시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우버 본사는 한국시장을 앞으로 공략해야 할 주요 전략시장으로 꼽고 있어 업계에선 조만간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버를 비롯해 중국 1위 업체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맹주 '그랩' 등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의 한국 진출설도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은 외산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기 전에 플랫폼 장악력을 최대한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역으로 이들보다 먼저 시장 선점에 성공할 경우 그동안 주로 해외 기업에 투자되던 모빌리티 관련 투자 흐름을 다시 국내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한 모빌리티 업체 대표는 "동영상 하면 '유튜브'를 떠올리듯 한 번 각인된 플랫폼은 다시 바꾸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을 내주면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며 "한국은 규제 환경이 다른 만큼 외산기업이 자본력만 갖고 단번에 장악하긴 쉽지 않겠지만 시간을 번 동안 국내 업체들이 플랫폼 선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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