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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천우희가 아름답게 추락하는 영화"...위태로운 30대를 향한 위로 '버티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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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노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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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재광(왼쪽부터), 천우희, 유태오가 18일 오전 서울 광장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버티고’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보여온 배우 천우희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영화 ‘레토’로 칸에서 주목 받고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라가즈’ 역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한 배우 유태오와 독립영화로 주목받은 정재광 등 두 남자와 멜로 연기를 펼친다. 영화 ‘버티고’에서다.

18일 오전 서울 광장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버티고’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과 전계수 감독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 관우(정재광)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감성 무비다.

영화 ‘삼거리 극장’으로 2007년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독특하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의 연예담을 담은 ‘러브 픽션’으로 2012년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전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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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계수 감독이 “영화 ‘버티고’는 천우희가 아름답게 추락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전 감독은 “극 중 막 30대에 접어든 서영은 현기증과 이명을 앓고 있다. 그녀의 인간 관계, 애정 관계, 가족 관계가 차례로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마음 속 파국을 지켜보는 작품”이라며 “천우희가 아름답게 추락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버티고’에는 전 감독의 불안했던 30대 때 모습이 투영됐다. 그는 “18년 전, 서영과 비슷한 나이에 일본에서 일했다. 당시에 42층짜리 고층 건물에서 근무했다. 타지에서 일하며 느꼈던 외로움, 슬픔 등 그때 그 감정을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썼던 시나리오를 통해 이야기했다”며 “처음엔 형편 없었지만 꾸준히 발전 시켰다. 그때 썼던 시나리오 대로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처음엔 인물이 거칠었고 공격적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사실 ‘버티고’는 상업영화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투자를 안 해줄 것 같았다”며 “어떻게 좋은 기회가 왔고, 좋은 배우들과 원하는 그림에 근접한 영화를 만들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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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티고’에서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열연한 배우 천우희./ 서예진 기자 yejin@


천우희는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열연했다. 그는 “JTBC ‘멜로가 체질’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 ‘버티고’도 개봉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30대 여성의 이야기다. ‘버티고’ 속 서영은 이제 갓 30살이 된 계약진 여성이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 사랑, 가족들 사이에서 불안전한 관계에 대해 불안함을 안고 있는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천우희는 “‘멜로가 체질’에서 연기하고 있는 진주와 ‘버티고’의 서영은 같은 30대 여성이지만 극복하는 방법과 표현 방식 자체에서 많이 다르다. 관객들은 어떻게 보실 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이 두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어서 재미있다”며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기술적인 것 보다는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영의 상황이 되려고 했다. 계산적인 연기보다는 그 곳에 있는 서영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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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티고’의 천우희./ 서예진 기자 yejin@


전 감독은 천우희를 캐스팅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는 “서른 즈음의 여배우들 사진을 펼쳐놓고 보다가 천우희 씨 를 발견했고, 단박에 필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모험이었다. 우희 씨를 영화로만 봤지 전혀 알 지 못한 상태였다”며 “어떻게 연기 해줄까 궁금했는데 서영이 움직이는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 창밖을 바라보는 표정 모두 시나리오 쓸 때 상상한 모습과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 서영 그 자체였다. 서영 역할은 천우희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천우희는 “비슷한 또래여서 이 이야기에 공감했다”며 “시나리오의 마지막 대사 한줄을 보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포일러여서 말씀 드릴 순 없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다른 분들도 위로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주로 극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놓였던 인물을 연기한 천우희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고 싶었다. 어쩌다보니 올해 안방과 스크린에서 보여 드리게 됐다. 이전에 했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감정의 진폭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최대한 열심히 연기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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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티고’에서 서영의 연인이자 사내 최고 인기남 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 서예진 기자 yejin@


서영의 연인이자 사내 최고 인기남 진수는 유태오가 연기했다. 유태오는 “‘레토’ 이후 바쁘게 지냈다. ‘버티고’로 처음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개봉을 많이 기다렸다”며 “특히 천우희 씨와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에 한 영화 뒤풀이 장소에서 천우희를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서로 멜로로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버티고’로 소원을 이루게 됐다. 너무 기뻤다”며 좋아했다.

전 감독은 “유태오는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SBS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강렬한 모습으로 나온다”며 “알고보면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부드러운 감성을 가진 배우다. 멜로에 최적화 된 사람이다”라고 칭찬했다.

유태오는 7년 전 전 감독이 연출한 ‘러브픽션’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유태오는 “기분이 좋다. 너무 자랑스럽다. 그땐 엑스트라 였다. 지난 7년 동안 나만의 사연이 생겼고,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을 다시 만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너무 좋았던 것은 나와 감독님의 신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감독님이나 나나 항상 새로운 걸 찾고 있다. 나는 늘 유일하고, 독특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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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티고’에서 서영의 회사 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로 분한 배우 정재광./ 서예진 기자 yejin@


정재광은 서영의 회사 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로 분했다. 상업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제작보고회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순수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정재광은 “로프공 역할을 위해 소방 대원들이 하는 인명 구조 훈련을 받았다. 그 훈련을 짧게 나마 같이 하고 자격증을 땄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정재광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큰 차이는 없었다. 이야기의 길이는 달랐지만 임하는 자세는 같았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천우희는 “‘버티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내가 시나리오 읽을 때와 촬영하면서 느꼈던 위로와 희망을 관객들도 느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버티고’는 오는 10월 17일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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