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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아사 탈북민 모자 계기로 위기가구 보호지원 강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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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 마련된 탈북 모자 추모 분향소를 찾은 이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사망한 모자를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아사(餓死·굶어 죽다)한 탈북민 모자 사건을 계기로 위기가구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강화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 ‘북한이탈주민 등 위기가구 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한 임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성옥씨 모자는 과거 10개월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수급을 받은 이력이 있는 취약계층이다.

한씨는 지난 18개월간 임대아파트의 임차료, 전기·수도 요금, 건강보험료를 체납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사망사건인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률의 제·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8년 증평 모녀사건, 2019년 망우동 모녀사건 등 일가족 사망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복지위기가구 발굴대책, 사각지대 발굴 강화 등 시스템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번에 또다시 일가족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역 앞에 마련된 ''탈북 모자'' 추모 분향소에 관계자들이 조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를 쓴 최병근 입법조사관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번에 한씨 모자가 숨진 임대아파트는 재개발이 예정된 곳으로 임차료 체납 정보가 SH공사로부터 정부로 전달되지 못했다. 원래 공공주택 임대료는 3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가구 정보가 정부로 전달된다. 하지만 재개발임대아파트는 데이터수집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또 한씨 모자의 건강보험료 체납정보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접수됐지만 정작 현장조사 대상가구에 선정되지 못해 지자체에 통보되지 않았다. 수집된 정보는 통계적 확률 모델로 위기도를 측정해 고위험 가구 순으로 현장조사를 정하다 보니 한씨는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건강보험료 체납자는 매 2개월마다 170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고위험군은 4000명 수준이다.

한씨의 여섯살 난 아들 김동진군은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지 않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1차 점검대상 70만명에 포함됐으나 41종의 정보에 가중치를 반영한 위험확률이 낮게 나타나 최종점검대상인 2만명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최 조사관은 “빅데이터망을 이용한 위기가구 발굴과 보호에도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상의 정보가 누락돼 위기가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험군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신고의무자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3만2476명이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관련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의 생계급여 수급률은 2017년 기준 24.4%로 일반국민의 3.4%와 큰 차이를 보인다. 월평균임금도 2017년 기준 탈북민은 178만원으로 일반국민의 242만원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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