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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당국, 불가능한 요구…증권·인터넷銀 포기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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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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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사진)가 18일 제3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 진출 포기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올해 초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탈락에 이어 증권업 인가마저 난항을 겪자 금융감독당국에 공식적인 '항의'를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창업 공간인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Scale-up) 현장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당국에서 우리가 수행 불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며 "내부적으로 (증권업 진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3인터넷은행 재도전에 대해서도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정성적인 이슈 때문에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같은 이슈가 묶여 있기 때문에 증권업이 안 되면 인터넷전문은행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행사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도 금융감독 당국의 엄격한 인가 심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금융위원회와 이야기를 할 땐 모든 게 다 잘될 것 같고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을 받는다고 느끼는데 실제 감독을 하는 기관과 이야기하면 진행되는 게 없다"며 "정해진 요건을 못 지켜서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보완하겠지만 정해지지 않은 규정과 조건을 말하니 굉장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19일 (금감원장과) 미팅이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진행이 잘 되도록 온도를 맞춰 달라"고 덧붙였다.

토스 관계자들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지난 5월부터 금융당국에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곤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혁신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토스가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지만 주주 구성 문제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보완 작업을 거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토스가 추진했던 '토스증권' 또한 인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말한 '수행 불가능한 방안'은 토스에 금융투자업을 인가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주주의 자본 적정성 문제라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분석한다. 토스는 지난 5월 금융위에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금융위는 심사를 위해 금감원에 이를 넘겼다. 심사를 진행하던 금감원은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으려면 금융투자업을 하려는 법인의 대주주에 대한 심사도 병행한다. 대주주 적격성을 판단하는 데는 대주주의 자본금 구성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데, 만약 자본금이 차입으로 조달됐다면 자본 안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금감원은 토스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 적정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비바리퍼블리카 자본금 구조가 금융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자본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갖고 있는 주식이다. RCPS는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에서는 진정한 자본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토스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8억원이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96억원이 RCPS다. 반대로 토스 측은 RCPS를 자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스 관계자는 "주주들이 상환권을 행사하려면 여러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토스의 기업 가치가 높은 상황에서 주주들이 상환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금융회사를 설립할 때는 자본금을 안정성이 있는 자본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며 "자금이 유동적이고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라면 금융회사가 수익을 서둘러 내기 위해 무리한 영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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