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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과반 의석 못 얻은 네타냐후…연정 구성 실패 땐 기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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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이스라엘 총선



경향신문

굳은 표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 다음날인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의 리쿠드당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텔아비브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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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쿠드당 31석, 우파블록 많아야 55석…과반 61석 못 미쳐

청백당 등과 연정 난항…검찰 ‘수뢰·배임·사기’ 혐의 수사

교착 장기화로 팔레스타인과 ‘평화구상 발표’까지 불투명


중동의 대표적인 강경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69)가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렸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려 했던 연정구성이 지난 17일 실시된 총선 결과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 하레츠는 총선 투표를 90% 넘게 개표한 결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31석, 전직 군참모총장 베니 간츠의 청백당이 32석을 확보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쿠드당이 연정에 필요한 과반 의석(61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 결과 이스라엘 정국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네타냐후 현 총리 주도의 연정구성 협상이 어렵게 됐다. 리쿠드당이 주도하는 우파·유대교 정당 블록의 예상 의석수는 55석이다. 과반에 못 미치는 만큼 집권을 위해선 다른 세력과의 연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청백당은 리쿠드당과 협력할 수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지휘하는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간츠 청백당 대표는 이날 “누구와도 대화하겠다”며 대연정의 여지를 남겼지만 네타냐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청백당이 아랍계 정당 연합체인 ‘공동명단’과 손잡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 경우 정국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캐스팅보트를 쥔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 대표인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도 병역 의무를 지도록 해야만 연정협상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구성 시 토라 유대주의연합, 샤스 등 유대교 정당들을 배제하라는 요구지만 네타냐후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인 이들을 내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 중심의 연정 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은 리쿠드당이 네타냐후 총리가 아닌 새로운 지도자를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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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가 연정구성에 실패할 경우 검찰에 기소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이스라엘 검찰은 올해 2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비리 혐의 3건으로 기소하겠다고 밝혔으며 다음달 첫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야권은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을 통해 검찰 기소를 피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하고 검찰에 기소되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끈질긴 정치적 생명력을 보여줬다. 재임 기간이 13년6개월로 역대 총리 중 가장 길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의 선전으로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 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그는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얻지 못했고, 정치 경력이 끝날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추진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의 운명도 알 수 없게 됐다. 이·팔 평화계획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현재 주민 거주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국가를 세우고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주도하는 미국 측 평화협상 추진단은 이스라엘 총선 이후 평화계획 최종 구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총리가 된 이후에야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데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사우디·요르단 등도 반발하고 있어 이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언론이 입수한 정부 문건 등에 따르면 평화계획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통치를 공식화하고,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어떤 군사적 권한도 주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애초부터 아랍국가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구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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