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경찰 205만명도 못잡은 화성 용의자…DNA에 딱 걸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1980~199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드러났다. 1993년 7월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들이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다. 이 사건 수사에는 경찰 205만명(연인원)이 동원됐다.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첨단 과학이 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33년 만에 수면 위로 끌어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건 당시 피해자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 용의자 A씨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경찰은 지난 7월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피해자 증거물 2건에서 채취한 DNA와 A씨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최신 DNA 분석 기술이 용의자 특정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경찰은 A씨 DNA가 피해자 겉옷이 아닌 속옷에서 검출됐다는 점, 화성 사건 범죄 수법이 대체로 비슷한 점 등을 토대로 A씨를 화성 사건 진범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범행 8건에 대해서는 A씨가 저질렀다고 확신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남은 증거물에 대해서도 감정을 의뢰하고 수사기록과 관련자들을 재조사하는 등 A씨와 나머지 사건들의 관련성을 추가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화성 사건 용의자 특정에는 DNA 분석기법 외에도 경찰이 접수한 제보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찰은 이 사건 관련 제보를 10여 건 접수했는데 이 가운데 1건이 A씨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제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화성 연쇄살인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 전단. 당시 경찰은 용의자 나이를 24~27세가량으로 특정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0년대 경기도 화성군(현재 화성시) 태안읍 반경 5㎞ 이내에서 6년 동안 여성 10명이 희생된 희대의 사건이다. 범인이 잡히지 않아 우리나라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기록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연인원 205만명의 경찰을 동원했지만 유일하게 해결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범인을 체포한 1988년 9월 발생한 8차 사건도 단순 모방 범죄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경찰은 강력범죄 수사 역사상 가장 뼈아픈 오점을 남기게 됐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소재가 되기도 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5㎞ 이내 4개 읍·면에서 13∼71세 여성 10명을 상대로 벌어졌다.

매일경제

피해 여성들의 잇단 실종과 사체 발견 자체도 충격이 컸지만 국민을 더욱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린 건 그 이전 강력 살인사건에서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았던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 수사망을 비웃듯 화성을 중심으로 반복된 살인 패턴이었다.

살해 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 옷가지를 이용했으며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는 교살이 7건,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액살이 2건이고 이 중 신체 주요 부위를 훼손한 극악무도한 케이스도 4건이나 됐다.

단일 사건 최다 경찰 동원(205만여 명), 수사 대상자 2만1280명, 지문 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33년 만에 특정된 용의자가 범인으로 확인돼도 공시시효가 만료돼 처벌하기는 어렵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기간에 적용하던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이어서 마지막에 발생한 10차 사건(1991년 4월 3일) 공소시효는 2006년 4월 2일 종료됐다.

이후 살인죄 공소시효는 2007년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가 1999년 5월 대구에서 여섯 살짜리 김태완 군이 괴한에게 황산 테러를 당해 49일간 고통을 겪다가 끝내 숨진 사건을 계기로 2015년 완전 폐지됐다. 국회는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모든 미제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 태완이법 적용 대상이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 중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만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화성 연쇄살인사건, 실종된 지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영화 '그놈 목소리'의 바탕이 된 이형호(당시 9세) 유괴·살인사건 등 이른바 3대 미제 사건도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