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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고용 연장' 땜질 처방으로 인구재앙 막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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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2년부터 사실상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이 만 60세인 법적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라는 3가지 방법 중에서 골라 일정 연령까지 고용을 연장토록 하는 방안이다. 상향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년 후의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정부가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도 신설된다. 어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 방침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 정년을 늦추면 유휴 인력을 산업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고령인구 부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행 임금체계를 그냥 둔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 인건비가 크게 느는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부담이 커진 기업 입장에선 결국 청년 신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경직된 해고 요건의 완화 등 노동유연성 제고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고민도 없이 불쑥 고용 연장 카드를 꺼내니 내년 총선용이란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재난으로 번지는 저출산 해소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생아 수는 지난 6월 2만4051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8.7% 줄었다. 43개월째 이어진 감소 행진이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에서 올 2분기 0.91명으로 더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고령인구 비율이 2045년 세계 1위에 치솟는다고 한다. 인구재앙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재정, 복지, 교육, 국방 등 분야별 대응책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땜질 처방으로 난마처럼 얽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어찌 풀겠다는 건가.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부문에 130조원이 넘는 혈세를 퍼붓고도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 탓이 크다.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는 인구 관련 정책을 통합해 관리할 인구청 신설을 포함한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인구문제보다 더 위중한 과업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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