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용의자 특정한 순간 소름 돋아"
화성 사건 계기로 국과수 들어온 지 28년 만에 '결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DNA감정 총괄한 강필원 국과수 과장 |
(세종=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설마 했는데 3건에서 모두 동일한 유전자 프로필을 확인하다니…놀라다 못해 경악스러웠습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계기가 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왔는데 용의자를 특정하는 작업을 맡아 하게 됐네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DNA분석 등 유전자 감정을 총괄하는 강필원(56) 법유전자과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혔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1991년 보건연구사 경력공채로 국과수에 들어온 강 과장은 국과수에서 처음 DNA 감정을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4년 세월호 침몰을 비롯해 연쇄살인범 유영철·김길태 사건 등 숱한 대형재난과 흉악사건에서 DNA 감정을 통한 피해자 신원확인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런 강 과장도 이번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감정물을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한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경찰에서 7월에 화성사건 감정물을 가져오기 시작해 8월 초부터 어제까지 차례로 9차, 10차, 7차, 5차 사건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 가운데 남성 DNA가 없었던 10차 사건 감정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건에서 동일한 DNA 프로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남성이 처제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수감 중인 A씨임을 확인하고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이지 경악스러웠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화성 살인사건을 계기로 국과수로 들어오게 된 자신이 사건의 용의자 확인 작업까지 맡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DNA 감정을 할 수 없어 일본에 의뢰해야 했다. 관련 전공자로서 관심을 갖던 차에 국과수에서 전문가를 뽑으면서 이 길로 들어섰다"며 "화성 사건 때문에 입사했는데 30년 가까이 지나 그 용의자를 확인하게 되다니 정말이지 소설 같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6년 이전에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아쉬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DNA 분석 장비와 시약의 품질 등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국과수 DNA 감정관 노하우도 그동안 대형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크게 향상됐다"며 "또한 DNA 감정물 분석은 아주 예민한 작업으로 작은 변화에도 결과가 달라져 몇 년 전에 같은 검사를 했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무엇보다 수형자 DNA 데이터베이스(DB)가 공소시효 이후인 2010년에 만들어져서 그 이전에는 (동종범죄자 DNA와) 대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면서 "화성 사건 감정물의 DNA와 수형자 DB 대조가 이번에 처음 이뤄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범인을 꼭 찾아내고 싶었다. (이번 용의자 확정으로) 모든 국민이 느꼈을 안타까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해소됐으면 한다" "앞으로 나머지 화성 사건의 DNA 감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inishmor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