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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장관도 기관장도 해봤지만… 나는 천생 '무대 잡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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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前 문화관광부 장관,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주연 맡아

연출·성우·성악가 활동도 계속 "공연 만들고 출연하는 삶 행복해"

최근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67)은 강북과 강남을 수도 없이 오갔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21일 개막하는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의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지난 13~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무용단의 추석 레퍼토리 공연 '추석·만월'의 연출을 맡았다.

신(新)중년의 사랑을 유쾌하게 그려낸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에서 그는 평생 양복쟁이로 살아온 날라리 할아버지 '박동만' 역을 맡아 홀로 사는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차유경)과 커플 연기를 펼친다. '추석·만월'은 지난해 처음 선보인 국립무용단의 명절 기획 공연으로, 그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은 객석점유율 97%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조선일보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김명곤은 "가장 경계하는 것이 하나의 틀에 갇히는 것"이라며 "예술 장르는 물론 조직이나 이념에도 갇히지 않은 덕분에 어떤 자리에 가든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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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명곤은 "피곤하진 않으냐"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데요. 이 나이에 아직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니 천만다행이죠, 하하!"

김명곤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아버지 '유봉' 역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1993)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에게 배우로 기억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도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온 예술가다. 서울대 독어교육과 재학 시절 판소리에 매료돼 전통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기자와 교사를 거쳐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하며 배우와 연출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다 국립극장장(2000~2005)을 거쳐 8대 문화관광부 장관(2006~2007)을 지내는 등 '깜짝 행정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다른 장관들과는 좀 달랐다. 노무현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각 부처에서 절독할 때 그는 끊지 않고 봤는데, 한 직원이 '그러다 (청와대에) 밉보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자 씩 웃으며 '난 그런 거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스스로를 '잡놈'으로 정의한 김명곤은 "그래도 늘 내 고향은 무대"라고 했다. "장관 직을 끝낸 뒤에도 곧바로 소극장 무대로 돌아와 친구들이 '한물갔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기관을 이끄는 경험도 좋았지만, 그것이 제 목표는 아니었으니까요. 공연을 만들고, 때론 그 안에서 배우로 살아 숨 쉬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김명곤은 내년 국립극장 개관 70주년 기념 국립창극단의 '춘향전(가제)' 연출도 맡을 예정이다. 전 기관장이었던 그가 국립극장으로 돌아와 잇따라 연출을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거듭해오던 두 단체가 다시 전통이란 정체성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나를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전통과 현대화라는 두 절벽에서 외줄타기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그는 수년 전 인터뷰에서 '일흔 넘어 기력이 달리면 책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계획이 유효한지 묻자 "생각보다 힘이 많이 남았다"며 껄껄 웃었다. 최근 몇 년간 성악을 배워 올 초 성악가로 데뷔했고, 독립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문학 작품을 남기는 것은 최후의 꿈이지만, 여든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아요. 당분간은 '현역'으로 사방팔방 뛰고 싶습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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