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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인터뷰]조재필 교수 “ LG화학·SK이노 소송전, 이대로 가면 배터리업계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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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기술·특허 침해 소송전 관련 인터뷰

“삼성전자·소니 분쟁 참고 필요…‘특허 공유’ 크로스 라이선싱 해법 제시”

“배터리 핵심은 인력…핵심인재 해외유출 한국은 무풍지대”

“기술유출 우려 100%…막대한 소송비용 낭비보다 전문인력 양성해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LG화학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특허 침해 소송전과 관련해 “막대한 소송 비용과 기술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국익 차원에서 타협을 통한 해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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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비용은 최대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소송 장기화에 따라서는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생산라인은 연간 1500대 배터리 분량을 생산하는 전기차 라인을 하나 까는데 드는 비용이 대략 1000억에서 1500억이다. 미치지 않고서 그런 짓을 하면 안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산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LG화학(051910)와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기술·특허 침해 소송전에 대해 ‘공멸’ ‘미친 짓’ 등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양사 소송전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에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특히 △막대한 소송비용 낭비 △핵심 기술유출 우려 △중국과 일본 경쟁업체의 어부지리 가능성을 우려했다. 양사가 분쟁 해소를 위해 상호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싱(Cross Licensing)’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 교수는 배터리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6년 이후 미국 글로벌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3년 연속 선정됐다. 또 이차전지 분야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만 310편이며 특허도 20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90분간 이뤄졌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의 핵심을 쉽게 풀어보면?

“리튬이차전지는 반도체산업과 마찬가지로 규모·인력· 기술 축척이 핵심이다. 특히 숙련된 전문인력은 배터리 기술개발부터 양산 및 품질까지 보장하는 핵심요소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양사에는 같은 학교 선후배들이 다수 근무한다. 사적으로 만나면 최대 관심사는 업무 강도와 연봉이다. 자연적으로 이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문제는 단기간에 많은 인력이 이직을 했다는 점이다. 특정기업이 신규 양산라인 확장으로 경력직을 채용하면 다른 경쟁사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규인력을 뽑거나 사내에서 찾아야 하는데 상당한 손실이다. 이게 양사 소송의 시발점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LG화학 기술자들이 이전 직장에서 얻은 노하우는 시간을 두고 경쟁사에 변형된 기술 형태로 차세대 전지개발에는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글로벌 산업생태계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소송은 한정된 배터리 인력을 두고 싸우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국내 배터리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양사 소송 장기화와 경찰의 SK이노베이션 압수수색 여파로 대화 재개가 어려다는 지적이 높은데?

“합의는 언제라도 가능하다.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소니가 특허소송이 본격화되기 전에 ‘크로스 라이선싱(cross-licensing)’을 통해 해결한 전례가 있다. 1991년 소니가 세계최초로 이차전지를 상용화한 이후 파나소닉, 도시바, 삼성, LG, SK 모두 비슷한 기술을 따라갔다. 소니는 유독 삼성에만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이후 삼성의 특허 한방이 뒤엎었다. 소니와 삼성은 특허교환으로 분쟁을 마무리했다. 적대적 국가의 기업도 그렇게 하는데 하물며 국내기업들끼리 못 할리 없다. 양사 특허는 LG화학이 100이면 SK이노베이션이 30 정도다. 핵심특허를 교환하면 중국과 일본 기업의 견제를 물리칠 수 있다.”

-양사 소송과 관련해 해외 기술유출 우려가 적지 않는데?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배터리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퇴직 기술자들을 국내로 데려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맨땅에서 이룩한 한국의 배터리 생태계가 한꺼번에 붕괴될 수가 있다. 국외 소송으로 소송비가 수천억대로 커지는 문제점도 있지만 더 심각한 건 기술유출 우려다. 양사 법률 대리인들이 기술·특허침해를 입증하기 위해 미국의 배터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형태로든 핵심기술들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밀유지 계약서에 서명하겠지만 무의미하다. 기술유출 우려는 100%다. 제3자가 다 본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양사 소송전이 결국 해외 경쟁업체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누가 어부지리를 얻겠는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유럽의 가세로 독자적인 기술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특히 일본과 중국업체들은 자국의 배터리 생태계의 협업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타도 대한민국’을 내걸고 있다. 해외 완성차 업체도 리스크를 안고 갈 이유가 없다. 한국 업체 두 곳을 제외할 수도 있다. 서로 공멸하는 길이다. 중요한 건 국익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엄청나게 성장하는데 국내 기업이 싸우는 건 누가 봐도 문제다. 양사 모두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할 때 법률소송이 아니라 타협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배터리도 ‘코리아퍼스트(KOREA FIRST)가 필요하다.”

-배터리 분야 핵심인재의 해외 이직으로 기술유출 논란도 적지 않는데?

“배터리 핵심은 인력이다. 일본은 90년대 후반 배터리 전문인력들이 한국에 기술고문직으로 채용되면서 한국 경쟁력이 급격히 올라갔다고 판단하고 인력의 해외유출 방치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 다만 한국은 무풍지대다. 중국 전지회사들의 경우 한국 배터리 기술자들이 2∼3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제조 기술들을 전수하고 있다. 단기간 채용인데 연봉이 동종업계보다 4배 이상이다. 스웨덴 노스볼트에도 국내 배터리 인력이 근무 중인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높은 연봉과 해외 주거환경을 고려할 때 해외이직을 무조건 막을 수 없지만 핵심인재에 대해서는 세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양사 소송과 관련해 막대한 비용도 논란이다.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쓰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데?

“양사가 소송비의 일부만으로도 배터리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써야 한다. 또 중소 소재업체들의 성장을 돕는 상생펀드를 조성해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승기를 꽂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소송전 장기화에 따라 양사의 배터리 기술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압수수색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송이 본격화되면 양사 핵심 기술인력들은 소송전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들을 누가 설명하겠는가. 게다가 일도 손에 안 잡힌다. LG화학이든 SK이노베이션이든 소송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할 때 비효율적인 소송전을 준비하는 건 그야말로 낭비다. 결국 해외 경쟁업체만 미소짓게 만든다.”

◇조재필 교수는?

△경북대 무기재료공학과 △미국 아이와주립대학교 세라믹재료공학 석·박사 △삼성 SDI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전지학회 편집위원 △2016년∼현재 울산과학기술원 배터리 R&D 센터장 △2009년 ∼현재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 △2016∼2018년 3년 연속 세계 상위 1% 연구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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