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사건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층에 알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입니다.
범인을 결국 못 잡은 형사가 경찰을 그만두고도 다시 사건 현장을 찾는 장면으로 끝이 나죠.
봉 감독은 용의자가 영화를 보러 올 걸 예상해서 이 같은 연출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 '살인의 추억' 감독(2013년·개봉 10주년 행사) : 너무 조사를 많이 하다 보니까 영화가 완성될 때쯤 내가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늘 사실 이 행사를 한 이유도 저는 범인이 이 행사에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용의자 이춘재 씨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을 겁니다.
또 다른 성폭행·살해 혐의로 20년 넘게 무기수로 감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는 감옥에서 1급 모범수로 지내며,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본색을 숨겨왔는데요.
현재 그는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독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부산교도소 관계자(19일 통화) : 언론보도 전에는 다인실에 수용했는데 우리 수용자들이 지금 신문도 들어가고 TV도 보고 하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다른 옆에 동료들이 다 이제 알게 됐단 말이에요. 심신 안정이 필요하고 우리가 신병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18일 저녁 이후에는 독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는 봉 감독의 이 영화를 봤을까요?
단순히 가십을 넘어서, 자신의 범행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느꼈을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근거로 중요하겠죠.
교도소 내에는 교도소 전용 '보라미 방송'이 나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왼쪽이 오늘, 오른쪽은 다가오는 일요일 편성표인데요.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평일은 매일 오후 5시 반부터 밤 9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TV를 볼 수 있는데 뉴스만 생방송이고 나머지는 녹화 본입니다.
영화는 주말이나 명절, 국경일에만 틀어주고요.
올해 1월부터 이달 말까지 방송했거나 방송할 예정인 영화 전체를 교정 본부 홈페이지에서 검색해서 찾아봤습니다.
자료가 누락된 1월 첫째 주와 셋째 주를 빼면 모두 65편이었는데요.
교정본부는 아무래도 국내 문제와 별 관계가 없는 외국 영화, 그중에서도 블록버스터를 좋아했습니다.
어벤저스나 토르, 퍼스트 어벤저 이런 영화죠.
국내 영화는 휴먼 드라마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를 선호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궁합', '부라더' 등을 올해 틀어줬습니다.
적어도 올해는 살인자 관련 국내 영화는 없었습니다.
사실 영화 선정 원칙이 있습니다.
교화를 목적으로 하고 15세 이상 관람가는 제외한다는 건데, 요즘은 청소년 관람 불가만 빼면 틀어주는 추세입니다.
앞서 이춘재와 부산교도소에 2년 동안 있는 사이 살인의 추억이 3번 넘게 방송됐다는 재소자 증언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올해 방송된 영화를 봐도 2월부터 이달 말 사이 겹치는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2년이라는 기간 사이 같은 영화가 3번 넘게 방영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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