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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경찰 공개수배 앞서 직접 'SNS 수배' 나서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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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공개 따른 처벌 가능성 있지만 범인 검거하려 도움 요청

"경찰 불신 반영" 지적…경찰 "요건 맞춰 결정, 신중 필요"

연합뉴스

진해 뺑소니 용의자
(창원=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초등학생을 승용차로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용의자. 사진에서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함. 2019.9.18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찰의 공개수배에 앞서 피해자 측이 용의자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SNS 수배'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뺑소니 사건이 대표적이다.

뺑소니로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피해 학생의 아버지 A씨는 사건 이틀째인 17일 "범인을 잡아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그 무렵 경찰을 통해 받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용의자가 찍힌 CCTV 캡처 사진도 인터넷에 올렸다.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인상과 체격이라도 공개되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가해자 신상을 무단 공개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A씨로서는 아들을 해친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애타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사진을 올렸다"며 "지인들도 그렇게 하면 수사가 빨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A씨는 18일 경찰에 공개수사도 요청했지만 "조금만 더 믿어달라"는 말에 이어 그날 저녁 "죄송하다. 범인이 (전날)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찰은 공개수배가 이뤄지면 범인이 잠적해 오히려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더 빨리 공개수배를 했다면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경찰로서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미리 용의자 정보가 공개됐다면 범인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공항 등에서 상황이 달랐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워했다.

연합뉴스

인터넷 사용(CG)
[연합뉴스TV 제공]



지난 7월 2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발생한 운전자 보복폭행 사건도 피해자가 SNS 수배에 나선 사례다.

당시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하지 않는 오토바이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가 마구 폭행당한 20대 여성은 순찰차가 출동했는데도 가해자를 놓치자 불안한 마음에 직접 공개수배를 결심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SNS에 올렸더니 바로 다음 날 네티즌 도움으로 가해자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고, 가해자는 결국 검거됐다.

SNS 수배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가해자가 본인 얼굴이 무단 공개됐다며 피해 여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SNS 수배가 범인 검거를 위한 행동인 것은 맞지만 이 사건 처리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할 수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직접 SNS 수배에 나서는 현상에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경찰 수사에 대해 못 미더워하며 사이버 공간의 효율성에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은 수사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행위는 가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낙인 효과라든지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 우려도 큰 데다 용의자가 무고한 사람일 가능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경찰청 훈령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에 맞게 공개수배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규칙 제10조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범죄의 상습성·사회적 관심·공익에 대한 위험 등을 고려해 신속한 검거가 필요한 경우 긴급 공개수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공개수배를 결정할 때는 그 필요성·공익성과 피의자 인권 침해를 엄격하게 비교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 측이 직접 SNS에 가해자 신상 등을 공개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21일 말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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