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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조국 반대 여론에도 지지하는 사람들 “검찰개혁 중요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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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흠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검찰개혁이 더 중요합니다.” (공기업 직원 곽모씨)

“다른 정치인들은 조국 장관보다 문제가 더 심하지 않았나요?” (대기업 5년차 정모씨)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물론 여론상으로는 조 장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조 장관 임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54%로 ‘적절하다’(36%)를 18%포인트나 앞섰다. 다만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조 장관을 옥죌 만한 정황들이 드러나는 것을 감안하면 조 장관 지지층도 견고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숱한 도덕성 논란과 각족 의혹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그를 지지하는 이들 중, 특히 상대적으로 지지성향이 강한 30∼40대 일부를 만나 그 이유가 뭔지를 들어봤다.

◆“조국 장관 잘못도 있지만, 검찰개혁이 우선”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검찰과 언론을 통해 불거진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검찰개혁이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하고, 국회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라온 현재가 적기란 것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곽모(35)씨는 “조국 장관이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현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 중인데 조 장관만큼 적임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검찰이 과도한 상명하복 문화와 제 식구 감싸기, 정치검찰 등 잘못된 모습을 자주 보여왔고, 이를 고치려면 조 장관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원모(41)씨도 “자녀를 편법으로 대학에 보낸 조 장관도 싫지만, 검찰은 더 싫다”며 “막강한 조직인 검찰을 개혁하려면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데 그게 바로 조국 장관”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역설적으로 검찰의 칼날에 놓인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실제 검찰의 신뢰도는 형편없다.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형사정책과 사법제도에 관한 평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개 형사사법기관(경찰·법원·교도소·보호관찰소·검찰) 중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가장 낮은 신뢰를 받았다. 연구원이 2015년 9~10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각 기관에 대해 신뢰하느냐고 물은 결과,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비율은 51.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법원(41.6%) △보호관찰소(38.5%) △경찰(36.8%) △교도소(35.6%)가 기록했다. 구재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하면 검찰이 낮게 나온다”며 “(조 장관 지지자들은) 검찰 내 상명하복식 위계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는 앞으로 갈 수 없다는 대의명분을 갖고 있고, 조 장관의 흠결은 덮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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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열린 '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구본선 의정부지검장과 인사를 나눈 뒤 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검찰개혁 이면엔 기득권에 대한 불신도 담겨

검찰에 대한 이들의 불신은 어디서 왔을까. 기득권에 대한 불신과 연결된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모(43)씨는 “검찰은 거대한 기득권 집단 아니냐”며 “촛불집회 이후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아직 검찰은 그대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언론에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데 일부는 과도하다고 생각된다”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대기업 5년차 정모(34)씨도 “최근 의혹으로 조 장관에 실망을 많이 했다”면서도 “다른 국회의원들은 (문제가) 더 심한데 기득권인 언론이나 검찰이 같은 기득권에 속한 정치인에게는 관대하고, 조 장관한테만 엄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재 (국민은) 기득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이것이 한국사회 주류담론이 됐다”며 “그런 정의론적 담론에서 기득권에 대한 반발심이 나오고, 그 중심에 정치인과 검찰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나오는 것이 ‘검찰은 기득권 집단이고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초 통계청이 발간한 ‘2017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중앙정부 부처와 국회, 법원, 검찰 등 17개 기관 중 국회는 4점 만점에 1.8점으로 가장 낮은 국민 신뢰도를 기록했다. 검찰은 2.2점으로 16위를 나타냈다. 한국갤럽이 2017년 9∼10월 전국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중앙정부 부처, 국회, 검찰 등 17개 기관에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국회는 응답자 중 15%만이 신뢰한다고 밝혀 꼴찌를 기록했고, 검찰은 31%로 1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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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검색어 조작, 홈페이지 테러 행위는 잘못”

다만 이들은 소위 ‘문빠’로 불리는 현 정권의 극성 지지자들이 포털사이트 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주관한 서울대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테러한 행위 등은 분명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조 장관 사퇴 촉구 성명을 낸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조 장관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 테러’를 받았다. 최근 서울대 총학생회 자유게시판 ‘광장’엔 총학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달았다. 한 익명 네티즌은 “토착왜구와 함께하는 서울대 머저리들아, 공부 죽어라 해서 욕먹으려고 서울대에 가고 머저리 총학 뽑았느냐”는 글을 올렸다. “퇴보된 ‘좀비XX’들, 그냥 죽어라 XX들아”란 욕설도 있었다. 하루 동안 1000건이 넘는 비난 글이 서울대 총학생회 자유게시판 광장에 올라왔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 페이스북에도 “자유(한국)당의 소중한 새싹”, “새싹왜구”란 비난 글이 잇따랐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선 ‘문재인지지’란 검색어가 급상승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도 ‘문재인지지’가 실검 순위 1위를 지켰고, ‘검찰단체사표환영’이란 검색어가 2위에 올랐다. 진보성향이 짙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검찰단체사표환영’ 등을 검색하자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포털 실검전쟁은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와 관련, 곽씨는 “조 장관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대방을 비난하는 행위는 안 된다”며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멀쩡한 학교를 공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 종사자 이씨도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들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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