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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인구대책에 '정년연장' 언급 안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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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고용 인센티브 잔뜩 내놓은 정부

'정년 연장'까지 공식화하기엔 부담

기재부-고용부 부처 간 이견도 한몫

"청년고용 악화로 세대갈등 가능성"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 논의 등

우회적 표현으로 차기정부에 공넘겨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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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열린 ‘제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4월 출범한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5개월 동안 논의한 결과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A4 용지 23쪽을 빼곡히 채울 만큼 방대한 내용이 발표됐지만 관심은 단연 ‘계속고용제도’라는 다소 생소한 정책에 쏠렸습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일본이 시행 중인 계속고용제는 60세 정년이 지난 근로자에 대한 고용지속 의무를 부여하되 기업이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합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처럼 명시적으로 정년을 못 박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자 일자리에 대한 안정성을 높여 실질적인 고용증대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지요.

정부는 이러한 고용연장 대책을 국민연금 제도와 연계해 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올해 62세인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올라갑니다. 불과 14년 뒤에는 국민연금을 처음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지금보다 3세나 늦춰지는데 그때까지 법적 정년은 그대로라면 소득 공백기가 너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고용제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고용 유지 대책을 연동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례를 참고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방안을 한데 모으면 ‘계속고용제를 통해 2033년 무렵에는 사실상 법적 정년이 65세가 되도록 추진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다만 정부는 계속고용제의 논의 시작 시점을 ‘2022년 이후’로 적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2년부터 도입을 검토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도입이 확정되면 그 이후에 시행 시점을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년 로드맵’에 대한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결정의 몫은 다음 정부로 넘긴 셈이지요.

논의 시점이 어떻든 간에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에 대해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년연장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계속고용제도 도입, 국민연금 제도와 연계 검토 등 최대한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결국은 60세인 현재 정년으로는 급변하는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예상외로 이러한 외부의 해석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정년 문제 자체는 아직 정책 과제화할 단계가 아니다”며 “학계 연구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재부는 정책 발표 당일 ‘정년연장 공식화’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정년연장을 검토한 바 없다’며 ‘다만 정년연장이 아닌 재고용 등 계속고용제도에 관한 논의는 노동시장 여건, 고령화 심화 등을 고려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를 볼 때 정년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인구정책 TF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왜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정년연장’이라는 표현 사용을 극도로 꺼렸던 것일까요.

여기에는 고용시장 전반의 상황과 세대 갈등, 부처 간 이견 등과 같은 복잡한 속내가 얽혀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 방안에 고령자 고용 기업에 인센티브 확대하는 내용을 대거 포함했습니다. 먼저 60세 이상 근로자를 업종별 기준율(1∼23%)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분기별로 지원하는 ‘고령자고용지원금’을 올해 27만원에서 내년에 3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이 지원금은 내년 말 일몰이 예정된 만큼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을 신설해 1인당 월 30만원씩 내년부터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고령자 취업률 제고를 위한 당근책을 잔뜩 내놓은 정부가 정년연장까지 공식화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올해 8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7.2%에 달하고 아직도 30만이 넘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이런 일자리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법적 정년만 늘렸다가는 청년 실업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세대 간 갈등까지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가 계속고용제의 취지를 말하면서 “청년 고용을 제약하지 않고 기업의 자발적인 선택에 따른 선별적인 방식으로 도입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령자 일자리는 넉넉하게 늘려야겠는데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입장도 함께 고려하다 보니 다소 어정쩡한 대책이 나온 것이지요. 이와 함께 부처 간에 의견이 달랐던 점도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데 한몫했습니다. 기재부는 생산가능인구를 확충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면 정년연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앞서 인용한 홍 부총리의 말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청년 일자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정년연장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고 합니다. 이번 대책이 나온 날 홍 부총리가 기자들과 만나 “정년연장 문제는 부처 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정부의 이런 설명과는 상관없이 당장 기업들은 벌써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정년 60세가 의무화된 지 2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또 다시 사실상의 정년연장을 추진하면 기업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들을 차질없이 준비하되 두 가지를 유념했으면 합니다. 먼저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정책도 ‘투 트랙’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강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보급,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통한 공감대 확산 등과 같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의 55.9%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면 정부가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기업들은 알아서 일자리를 늘릴 것입니다.

또 하나, 정년연장을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더라도 60세 정년제부터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취업 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26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9%는 ‘임원을 제외하면 60세까지 근무한 직원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들 회사의 최고령 남녀 직원의 평균 나이는 각각 52세, 47세로 집계됐습니다. ‘60세 정년 의무화’가 무색한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계속고용제도든 정년연장이든 ‘책상머리 위의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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