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지상파 3사, SKT 손잡고 OTT ‘웨이브’ 출시…“질적 향상 시급” [위기의 지상파(下)]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의 등장, 글로벌 미디어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Over The Top) 시장 공략, 웹드라마·예능의 인기 등으로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떠나고 있다. 지상파의 매출은 해마다 줄어들어 ‘지상파 적자 2000억 시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위기에 지상파는 전통 미디어라는 자존심까지 버리고 OTT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청자 유치에 열중하던 지상파 3사가 SK텔레콤+와 손을 맞잡은 것. 이들이 지난 18일 내놓은 OTT ‘웨이브’(Wavve)는 지상파 3사가 설립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POOQ)과 SK텔레콤 ‘옥수수’(Oksusu)의 통합 OTT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번 선택이 성공적일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OTT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세계일보

지난 16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wavve)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점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최승호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상파 3사, SKT와 손잡고 ‘웨이브’ 출시

지상파 3사는 계속되는 시청률 하락에 새로운 곳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한다. 바로 OTT 시장이다.

앞서 지상파 3사는 2011년 10월 ‘푹’이란 OTT 플랫폼을 출범했다. 하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미 OTT 시장을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었으며, CJ ENM의 ‘티빙’(TVING)을 비롯해 KT, SK텔레콤+, LG 유플러스 통신 3사까지 OTT 플랫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년째 푹을 운영하던 지상파는 지난 18일 국내 통신사와 힘을 합쳐 새로운 플랫폼인 ‘웨이브’를 공개했다. 엄밀히 말하면 푹이 옥수수를 흡수하고 이름을 웨이브로 바꾸는 형태다. 그 결과 웨이브는 기존 옥수수 가입자 946만명과 푹 가입자 400만명이 더해져 13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하게 된다.

웨이브는 지상파·종합편성방송의 실시간 시청과 무제한 VOD(주문형 비디오) 시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추가비용 없이 1000여편의 영화와 인기 해외시리즈도 즐길 수 있다. 미국 드라마 매니페스트, 사이렌, 더퍼스트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SK텔레콤 5G 기술을 활용한 프로야구 멀티뷰, VR 콘텐츠, e스포츠 채널도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한다. 그 첫 번째 콘텐츠가 오는 30일 공개되는 KBS2 ‘조선로코 - 녹두전’이다. 웨이브는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내년 드라마 등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23년까지 3000억원의 자금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

◆전문가들, “콘텐츠 양 늘리기 보다는 질 향상이 시급해”

지상파가 통신사와 손잡고 공격적으로 OTT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미래는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다.

OTT 시장은 이미 ‘넷플릭스’가 선점을 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1일 ‘애플티비플러스’(애플TV+)를 시작으로 같은달 12일 ‘디즈니 플러스’(Disney+)가 출시한다. 여기에 내년에는 워너미디어의 ‘HBO맥스’가 문을 연다.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를 보유하고 있는 NBC유니버설 또한 내년에 OTT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콘텐츠 강좌로 급부상한 CJ ENM과 JTBC가 손을 잡고 내년 초에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통합 OTT 플랫폼은 ‘티빙’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통해 양사의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웨이브가 국내 기업들만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OTT 시장은 국경이 없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가 한 나라에서만 제공·유통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즉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과 같이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OTT 플랫폼일수록 더 이점이 있다. 이는 콘텐츠 제작 업체와 유통 업체는 물론이고, 출연자들에게까지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에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우리 채널이 국내에는 아직 인지도가 없어서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아시아 국가에 동시에 방영된다는 점에서 업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 콘텐츠 제작사에서 우리쪽에 방영을 문의할 정도”라며 “출연 배우는 아시아 국가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감사를 표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도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콘텐츠의 질을 우선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상파가 OTT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라며 “현재 대중이 느끼는 지상파 콘텐츠는 글로벌 OTT 업체의 콘텐츠보다 낮다. 그 결과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OTT 시장을 국내와 국외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라며 “글로벌 시장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콘텐츠가 힘을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