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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추락하는 ‘우등생’ 독일…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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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제조업지수 10년래 최악

자동차 수출 상반기 14% 급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위기

크루그먼 “독일 침체, 세계 악영향”

중앙일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05년 집권한 이래 독일 경제는 지난해까지 39.7% 성장했다. 그러나 ‘독일의 황금시대’를 일궜던 메르켈은 미·중무역전쟁으로 위기에 몰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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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칼럼에서 지난 10년간 유럽 경제를 견인해온 독일이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되어 세계적인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독일 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독일 경제는 2010년 유로존 위기 이후 최악의 시기에 직면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23일(현지시간) 독일 9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41.4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50보다 낮으면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이 삐걱거리자 유로존 PMI지수도 50.4를 기록,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유로존의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양적 완화 정책을 재개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소비자들은 재빠르게 지갑을 닫고 있다. 지난 2분기 독일 소비는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에 독일 저축률은 10.5%로 미국의 8%를 웃돈다. 돈이 있어도 불확실성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독일은 지난 2분기 마이너스(-) 0.1%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이 미·중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자동차 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 폭스바겐, BMW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는 지난해부터 중국 경기 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독일 자동차 생산과 수출은 전년 대비 12%, 1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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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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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2370만 대로 전년 대비 4.1% 감소해 29년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14% 떨어졌다. 4년 전부터 중국에 합작법인과 생산기지를 설립해 현지를 공략해온 독일 자동차 기업은 날벼락을 맞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 막을 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관람객이 31% 감소하는 등 흥행에 참패했다”며 “독일 경제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독일 경제 수출비중 한국보다 높아=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GDP 대비 한국의 수출 비중(42%)보다 높다. 대외 경제 상황에 따라 나라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포천은 “유로존 경제의 ‘엔진’인 독일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유로존 전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 정부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20여 년 전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리던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독일은 막대한 통일 비용과 과잉 복지로 역성장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독일은 2016년부터 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가 연간 GDP의 0.35%를 넘지 않도록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만큼이나 메르켈의 경제 정책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부채에 대한 독일의 지나친 집착은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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