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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돼지만 적용' 정부 일시이동중지명령 '구멍'...농민들 "소·닭도 돼지열병 전염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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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방역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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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일시이동중지명령 대상에 돼지만 포함되고 소와 닭, 오리 등의 동물은 해당되지 않아 이들 동물이나 이들 동물을 운송한 차량을 통해 ASF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시이동중지명령은 가축 전염병이 전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발병 지역 가축과 축산 종사자, 축산 차량 등의 이동을 제한하는 정부 조치다. 대상 가축을 사육장소 밖으로 이동시킬 수 없으며, 축산 종사자도 축산 관련 작업장 출입이 금지된다. 농식품부는 경기 북서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돼지 또는 돼지를 운반한 차량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발령과 해지를 반복하고 있다. 경기 북부 양돈농장을 다녀온 후에는 다른 권역의 양돈 농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양돈농가들의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큰 구멍이 있다고 지적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경기도 북부의 한 마을에 A양돈농장과 B한우농장이 있고, 두 농장은 200미터(m)쯤 떨어져 있다고 하자. 그런데 A농장에서 ASF가 발병했고, 정부는 A농장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한우를 키우는 B농장은 공교롭게도 다 큰 거세우를 도축장으로 출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우는 정부가 내린 이동중지제한명령의 대상 가축이 아니다. B농장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 한우를 출하한다. 그런데 B농장의 한우는 인접한 A농장에서 옮겨진 ASF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다.

ASF는 한우에는 발병하지 않아 B농장의 한우는 건강하다. B농장에서 한우를 실은 운송 차량은 인근 도축장으로 이동한다. B농장 한우는 도축장으로 가던 중 배변을 하고 바이러스가 포함된 배변은 도로에 떨어진다. 결국 배변에 든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이런 상황은 A농장의 돼지가 ASF 잠복기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축산농가들은 한우와 닭, 오리 등이 이동중지명령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형 도축장의 경우 소, 돼지, 닭, 오리 등을 모두 도축하기 때문에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남 홍성에서 양돈 사업을 하는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대형 도축장의 경우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을 모두 도축하는데 돼지가 아니더라도 ASF바이러스가 묻은 가축이나 가축을 나른 차량을 통해 ASF바이러스가 다른 양돈 농장으로 퍼질 수 있다"며 "ASF 때문에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릴 때에는 돼지 뿐만 아니라 소, 닭, 오리 등도 다른 가축도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환 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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