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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전쟁 최대 승자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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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 대미 수출 33% 증가

작년 성장률 7.1%…올해 6.8% 예상

무역 전쟁 고조 시 GDP 2.3% 증가

아마존·샤프, 생산기지 베트남 이전

중앙일보

베트남 경제성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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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 경제가 쾌속 질주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틈에서 대미 수출, 해외 투자가 늘어난 반사이익 덕분이다. 지난해 7% 성장률을 달성한 베트남이 10년 내 싱가포르 경제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5일(현지시간) 지난 상반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12% 감소했다. 휴대전화·컴퓨터·섬유·해산물 등 베트남 수출품목 대부분이 트럼프가 올린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 제품과 겹치기 때문이다.

사와다 야스유키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은 미·중 무역 전쟁의 가장 큰 승자”라며 “양국이 쌍방으로 30%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3%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GDP 성장률은 7.1%로 집계됐다. 정부 목표치였던 6.7%를 웃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ADB는 베트남이 올해에도 6.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 전쟁은 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렬을 가속화하며, 베트남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재촉하는 계기가 됐다. 아마존·폭스콘·델·샤프·크록스·삼성전자·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중국 기업들조차 베트남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택하면서 베트남 몸값은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하노이 인근 산업공단 분양가는 3.3㎡당 140달러 이상으로 2년 전보다 50% 가까이 치솟았다.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180억 달러(22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00억 달러(24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렇지만 베트남 입장에서 무역 전쟁의 반사이익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일단, 치솟는 대미 무역흑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중국·멕시코·일본·독일에 이어 5번째다. 언제 트럼프 눈에 띄어 고율 관세 대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중국산을 베트남산으로 포장해 수출하는 불법이 늘고 있는 것도 골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일부 수출업체들은 트럼프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제품에 ‘베트남산’이라고 딱지를 붙여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베트남 세관 당국이 엄격한 단속을 외쳤지만, 트럼프가 직접 나설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제조업체들이 미·중 무역 전쟁 수혜를 염두에 두고 장기투자를 늘릴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무역 전쟁이 언제 끝날지, 어떤 방향으로 튈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베트남 경제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른 성장 국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향후 10년간 6~6.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2029년에는 싱가포르보다 경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베트남 GDP는 2240억 달러(약 268조원)로 싱가포르 GDP의 69% 수준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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