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조국 수사 개시후 첫 입장 표명 / 서초동 촛불에 尹 “檢개혁 입장 불변” / 학계 “현존 권력 수사도 개혁의 하나” / “文, 檢 비판… 공수처 명분 흔들” 지적 / “공직자 피의사실 공표” 64% 찬성 / “촛불시민들이 검찰 개혁 직접 나서 / 검찰 권력 견제 장치·제도 필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과 중앙지검 일대에서 도로를 경계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왼쪽)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에 반대하며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서초동 촛불집회가 열린 다음 날인 2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검찰개혁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같은 입장은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올라가 있고 총장 인사청문회 등에서 검찰이 제도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면서 “조 장관 관련 수사와 검찰개혁 문제를 연관 짓는 것은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왼쪽). 조국 장관 파면 촉구 집회 참가자가 '조국 구속'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조국수호=검찰개혁’이라는 등식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개혁과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혐의점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제대로 지키며 수사하는 게 검찰개혁의 주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조국수호가 곧 검찰개혁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총장을 국민 영웅처럼 추앙하다가 조 장관을 수사하니 이렇게 나오는 건 검찰을 항상 상대방을 겨냥한 정권의 주구(사냥개)로 쓰겠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조 장관 가족 수사를 반(反) 검찰개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접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검찰이 현존 권력을 수사하는 것도 진정한 개혁의 일부분”이라며 “개혁을 주도하는 리더는 저항세력이 나오지 않도록 도덕적·법률적으로 깨끗하고 조직 내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지지와 반대, 조국 사퇴 지지와 반대로 분류해야 건설적 논리대립이 가능하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가족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하며 작심 비판한 것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식이면 현 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공수처가 설치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만약 공수처가 존재했다면 지금 조 장관 관련 사건을 공수처에서 담당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측근 수사를 맡은 공수처에 대통령이 직접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게 되면 공수처는 검찰 위에서 권력의 편의를 봐주는 역할을 하는 조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인권 존중’ 발언도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권력을 수사할 때는 일반 국민에 적용된 인권 원칙과 절차보다 더 높은 기준을 들이대선 안 된다”며 “인권제도 개선은 일반 형사사건 다룰 때 해야 할 일이지 재벌이나 권력 실세 사건에서 하면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수사 개시 이후 한 달이나 지나 이뤄졌고 일반적으로 자택 압수수색 시 같이 한 세트로 이뤄지는 휴대전화 압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일반인보다 검찰이 상당한 편의를 봐준 것이고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쓴소리를 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2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초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지속해서 제기해온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에 따른 국론분열 주장도 일반적 국민 여론과는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상대로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4%는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허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금지돼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4%였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검찰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는 의견은 절반에 달했다. 응답자의 49%가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고 답했고,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1%로 나타났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기본적으로 약자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오히려 과거 국민들은 공적 인물의 비공개 소환 등을 검찰의 ‘깜깜이 수사’라고 맹렬히 비난해 왔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9일 외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기로 검찰개혁에 대한 당위성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하나의 국가기관(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무제한적인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제도에 반대한다”면서 “정권을 누가 잡든 기소편의주의 이름 아래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사 출신 이건태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초동(집회)은 국민들이 검찰개혁에 직접 나선 현장”이라며 “내년엔 선거가 있어서 어려워지므로 검찰개혁은 올해가 적기”라고 적었다.
유지혜·정필재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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