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30% 이상 위험 세균 보유
풀밭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 물어
덜 익은 고기 통해 햄버거병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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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수공통 감염병 주의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직후 질병관리본부는 ‘사람에게는 병이 감염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감염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감염병의 60%는 동물이 사람에게 전파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감염 경로가 다양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인수공통 감염병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한 시점이다. 현대인을 위협하는 인수공통 감염병을 정리했다.
과거 인수공통 감염병은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였다. 병을 옮기는 동물 등이 제한된 곳에서만 서식하는 데다 사망률이 높아 사람 간에 병이 퍼질 확률도 낮았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운송 수단의 발달 등으로 감염병의 지역 간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김철중 충남대 수의대 교수는 “인수공통 감염병은 동물과의 직접 접촉 외에도 모기·진드기에 물리거나 음식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옮지 않지만 이미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수많은 인수공통 감염병이 농촌·도시를 막론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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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운송 수단 발달로 확산
대표적인 인수공통 감염병 중 하나는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다. ‘O-157’과 같은 대장균에 감염된 소·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옮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주로 덜 익힌 소고기 패티나 분변에 오염된 야채·과일 등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2016년 보고된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환자 472명 중 절반 이상은 서울·광주광역시 등 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과 직접 접촉한 사람은 6%에 그쳤다.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특히 어린 아이에게 치명적이다.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감염 시 대장균이 분비한 독소가 혈액을 타고 돌며 뇌·신장을 망가뜨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다”며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신장이 망가져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음식을 먹은 뒤 짧게는 이틀, 길게는 2주 후 증상이 나타난다. 김선빈 교수는 “덜 익은 고기 등을 먹고 아이가 구토·설사·혈변 등을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도 감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개에 물려 발병하는 공수병이 문제였지만, 예방접종이 활성화하면서 2005년 이후로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위협은 세균(바르토넬라헨셀라에)에 감염된 고양이가 전파하는 고양이할큄병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미국의 경우 매년 2만 명 이상이 고양이할큄병으로 병원을 찾을 만큼 흔한 병”이라며 “우리나라도 동물과 자주 접촉하는 10~20대를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양이할큄병에 걸리면 림프절이 붓고 근육통·권태감·식욕부진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한 달 내에 자연히 낫지만 면역력이 약한 경우 세균이 심장·뇌로 침투해 치명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고양이는 세균에 감염돼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양이가 장난처럼 물고 할퀴는 와중에 감염돼 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은 편이다. 국내 연구(대한수의학회지, 2009)에 따르면 집고양이의 30%, 떠돌이 고양이의 42%가량이 원인 세균에 감염된 상태다. 서 교수는 “감염된 고양이는 벼룩을 통해 다른 고양이에게 세균을 옮길 수 있다”며 “종(種)을 불문하고 고양이에게 상처를 입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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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쓰쓰가무시병 환자 증가
쓰쓰가무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까만 딱지. |
광주광역시에 사는 임모(여·82)씨는 2년 전 갑작스러운 고열·근육통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처음에는 식중독인 줄 알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이름도 생소한 쓰쓰가무시병으로 진단받았다. 풀밭에 사는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어 감염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임씨는 “집 근처에 작은 텃밭을 가꾸는데 이곳에서 일하다가 진드기에 물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철 증가하는 쓰쓰가무시병 환자 10명 중 8명은 임씨와 같은 50대 이상이다. 세균을 전파하는 털진드기는 주로 키가 높지 않은 수풀에 사는데, 이런 곳에서 일하거나 휴식을 취하다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김선빈 교수는 “도시에서도 등산하거나 밤·도토리 등 과실을 따다, 텃밭을 가꾸다 감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2011~2016년 쓰쓰가무시병 발생 지역을 분석한 결과, 도시(2만3185명)와 농촌(2만7989명) 간 환자 수 차이가 별로 없었다.
쓰쓰가무시병은 진드기에 물린 뒤 8~10일 후 증상이 나타나고 이마저도 고열·오한·두통 등 감기몸살과 비슷해 스스로 알기 어렵다. 방치할 경우 뇌수막염·난청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선빈 교수는 “털진드기에 물린 부위는 손톱 모양의 까만 딱지가 남는데 이를 통해 쓰쓰가무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야외 활동 후 열이 나면서 눈이 충혈되고 몸이 붓는다면 몸통·다리에 딱지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말라리아도 주의해야 할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다. 지난해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10명 중 9명은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감염됐는데, 군인보다 민간인 환자가 네 배 많았다. 질병관리본부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 박숙경 보건연구관은 “김포·일산·파주 등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대규모 거주지가 조성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감염자의 5%가량은 캠핑·레저 활동을 즐기다 감염된 경우”라고 말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는 일반 모기보다 크기가 크고 고동색을 띤다. 지면에 앉았을 때 배 쪽을 비스듬하게 드는 것이 특징이다. 박 연구관은 “말라리아모기는 밤 10시 이후 사람을 무는 습성이 있다”며 “이때 해당 지역에서 야외 활동을 한다면 긴 팔·긴바지를 착용하고 모기약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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