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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조국, 민변 출신들 앞세워… 개혁위 1호 권고는 '검찰 특수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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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게이트]

文대통령의 "검찰 개혁하라" 지시, 靑은 이례적으로 언론 공개

조국은 개혁案 업무보고… 핵심은 자신 수사하는 특수부 힘빼기

법조계 "文대통령, 조국 의혹을 검찰개혁 국면으로 전환 시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30일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검찰 개혁'은 조 장관이 자신의 '소명(召命)'으로 여기는 과제로 조 장관 전임자 때부터 법무부 주도로 추진돼 왔다. 윤 총장도 그 대열에 동참하라는 지시는 조 장관을 통하면 되지만, 청와대는 굳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향해 지시를 내리는 그 장면을 공개했다. 이날 조 장관은 자신과 가족을 수사하는 특수부 권한 축소 방안도 보고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조국 의혹' 국면을 '검찰 개혁'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 같다"고 했다.

◇親與 집회 직후 업무 보고, 이례적 공개

청와대는 이날 조 장관의 업무 보고가 예정된 것이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28일 친여(親與) 단체들의 서초동 촛불 집회와 무관하게 문 대통령이 검찰권 절제를 언급했던 27일 업무 보고를 지시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예정됐다는 업무 보고를 이날 오후가 돼서야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에 대한 지시가 내려진 것에 대해 "업무 보고 배석자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언론에 공개했으니 검찰총장에게도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장이나 검찰총장 등 권력기관장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가 당사자가 아닌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일보

조국, 검찰개혁위 발족 - 3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사무실에서 열린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가운데) 법무장관이 기념 촬영을 준비하며 옷깃을 매만지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아랫줄 맨 왼쪽) 변호사를 개혁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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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윤석열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을 불러 직접 지시를 했다면 더 큰 수사 개입 논란이 나올 것 아니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다" "검찰 개혁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참여 시민이나 집회 주최 측, 언론 모두 누구도 그 정도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상상 못했다"며 "다 함께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외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청와대는 검찰 개혁에 대한 찬성 여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조 장관 수사 찬성 및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 '반(反)조국 촛불 집회' 같은 불리한 상황은 거론하지 않았다.

◇조국 수사 주체인 특수부 힘 빼기

조 장관이 이날 보고한 검찰 개혁 방안의 핵심은 검찰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 그리고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이었다. 검찰 형사부와 공판부의 강화는 현재 조 장관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특수부의 권한 축소와 관계가 있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피의자 인권 존중과 국민 알 권리 제한이라는 상반된 측면을 함께 갖고 있다. 여권은 과거 피의자들의 자살까지 이어졌던 적폐 청산 수사 때는 이런 문제들을 언급하지 않다가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이 문제를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했지만, 시행 시기는 조 장관 수사 종료 이후로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조 장관 주변)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통해 윤 총장에게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조 장관이 건의한 대검 감찰부장과 사무국장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민정수석 때 발생한 특감반 사찰 논란 때 "사찰은 불법이지만 감찰은 합법"이라며 공무원에 대한 감찰권 행사를 강조했었다. 인사(人事)는 물론 감찰을 통해 검찰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조국 편들고, 윤석열 압박"

문 대통령의 계속되는 검찰 개혁 지시와 조 장관을 통한 윤 총장에 대한 메시지 전달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국 편들기와 수사 개입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조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보고를 받고, 조 장관을 통해 윤 총장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사실상 수사에 관여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가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데 조 장관을 불러 검찰 개혁을 논의한다는 것은 조 장관을 데리고 가겠다는 메시지"라며 "윤 총장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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