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독일국채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해 477억원 날려
"실업급여 급증으로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 커지는 가운데 운용도 엉망" 국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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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고갈 위기에 놓인 고용보험기금이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실패로 수백억원의 투자 손실까지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고용보험기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7월 독일국채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 585억원을 투자했는데 약 477억원(81.5%)의 원금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들이 투자손실을 확정하고 만기일인 지난 7월23일과 24일 양일간 총 108억원 밖에 회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DLS는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일반채권과 달리 금리 상승을 연계로 한 파생상품이다. 최근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고용보험기금은 독일국채 뿐 아니라 미국국채에도 투자해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금의 또 다른 운용사인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미국국채금리연계 DLS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현재 최대 손실률이 마이너스 42%에 달했다. 이 상품은 만기일이 2021년으로 아직 손실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국제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의원은 고용보험기금 총 자산 8조4000억원 중에 DLS를 포함한 기타채권형(채권연동 파생상품에 투자) 투자자산이 총 1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원금 보장이 되는 비율은 55.8%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사회안정망을 위해 쓰이는 중요한 기금이 안전하지 않은 상품에 투자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위해 쓰이는 고용보험기금이 그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용부는 투자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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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감에서는 고용보험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도 지적사항이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흑자를 유지하던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 재정수지가 작년부터 275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은 올해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작년 말 기준으로 5조5201억 원인 적립금이 2024년엔 모두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계정은 실직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돕기 위해 수행하는 기금이다. 기금이 다 떨어지면 근로자가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는 사태가 벌어져 사회안전망이 무너질 수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고용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인상할 계획이다.
강 의원은 "고용악화를 불어온 퍼주기식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패에 따른 현상"이라며 "고용보험기금이 불안정하면 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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