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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국제뇌교육대·창조과학회 피소’ 김우재 교수 “과학은 사회의 기반···흔들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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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로 가리고 숫자 맞히기는 결코 과학이 될 수 없는 것

골목마다 있는 피아노 학원처럼 과학발전 위해 ‘타운랩’ 추진도

경향신문

‘초파리 연구자’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학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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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연구로 유명한 유전학자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45) 얼굴에는 턱수염이 자라 있었다.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지난달 20일은 김 교수가 종신교수로 일하던 오타와대에 사직서를 낸 지 며칠 뒤다. 사직서는 내년 2월 수리된다. 턱수염 탓인지, 사직서를 내서인지 재야 학자처럼 느껴졌다. “저 혼자 잘 먹고 잘산다고 기초과학이 잘될 것 같지 않더라고요.”

김 교수가 지난 3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와 이 학교의 조모·신모 교수, 창조과학회의 한모 회장으로부터 모욕·명예훼손 등 혐의로 잇따라 피소된 것도 기초과학에 대한 신념 때문일지 모른다.

김 교수는 대학원생 시절부터 유사과학과 제도권 과학계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왔다.

그가 언론에서 여러 차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와 명상단체 단월드 관련 단체들을 비판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당시 이들 단체가 주최한 ‘브레인 명상 콘퍼런스’ 행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한다는 사실도 김 교수가 알렸다. 그는 “한 나라의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부처에서 검증되지 않은 행사를 후원한다는 게 말이 안됐다”고 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과기정통부는 행사 후원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말 고소 4건 중 2건에 대해 ‘죄가 안됨’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나머지 2건은 경찰 조사 단계다.

김 교수는 이들 단체를 유사과학단체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단월드 같은 단체가 과학을 이용해 사업을 하기 때문이죠. 뇌호흡과 뇌파진동을 진지하게 과학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을 제가 왜 막겠어요. 비판을 받았으면 고소가 아니라 학문으로 증명하면 될 문제예요.”

김 교수는 유사과학단체들이 과학계로 넘어오는 걸 우려했다. 그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아이들에게 앞에 있는 숫자를 맞히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일 수 없다”며 “창조과학회의 경우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빼자고 주장한다”고 했다.

과학계가 이를 방치하거나 동조한다는 점도 문제다. 그는 “과기정통부와 유명 과학자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단체 행사에 유명 과학자들이 초대되고 논문을 써주고 참여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아 유사과학이 과학계를 비롯한 공적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유사과학 피해자를 돕거나 유사과학의 침입을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이 합리성 등 과학적 방법론으로 사회를 지탱해주는 기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기초과학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본다. 그는 “한국 과학은 경제 발전에 종속적인 것으로 격하됐다”며 “아웃풋이 안 나올 수 있고 실생활과 관련 없는 게 기초과학이다. 이게 있어야 공학도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민간의 기초과학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일부 연구진에게 연구비를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연구자들을 지원해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민간의 투자 활성화 방법으로 미국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가 세운 과학연구재단 '하워드 휴즈 랩'을 예로 들었다. 미국 정부가 부자들이 재단 활동 등 공익적인 일을 하면 세금을 감면해준다. 민간에서 기초과학 연구가 활발한 배경이다.

김 교수는 ‘타운랩’ 사업도 추진 중이다. 각 동네에 피아노학원처럼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 대학에선 생물의 사회성을 계속 연구하기로 했다. “큰 방에 꿀벌을 가득 채워 연구할 거예요. 사이비과학을 얘기할 때 안 뛰는 가슴이 꿀벌 연구를 생각하면 뛰죠. 저는 천생 과학자예요.”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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