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크기 뛰어넘는 전율…‘21세기판 헨리 5세’, 티모테 샬라메의 열연 / 아쟁크루 전투 장면 압권 / 넷플릭스, BIFF 초청작 4편·‘6 언더그라운드’ 등 11∼12월 순차 공개
다음 달 1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영화 ‘더 킹: 헨리 5세’의 한 장면. 프랑스군과의 아쟁크루 전투를 앞둔 잉글랜드 왕 헨리 5세(티모테 샬라메)의 눈빛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넷플릭스 제공, AP연합뉴스 |
‘작은 스크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의 진화.’
다음 달 1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영화를 보러 굳이 극장을 찾지 않는 시대, OTT 독주를 예고하는 서막이다. 그 웅장함은 스크린의 크기를 뛰어넘는 전율로 다가온다.
지난 8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성황리에 상영된 이 영화는 ‘21세기판 헨리 5세’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조엘 에저턴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를 각색해 만들어 냈다. 지난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티모테 샬라메가 헨리 5세를 맡았다.
지난 8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한 영화 ‘더 킹: 헨리 5세’의 주연 티모테 샬라메의 모습. 올해 24세인 그는 비슷한 나이인 26세 때 왕위에 오른 잉글랜드 왕 헨리 5세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부산=연합뉴스 |
미쇼 감독은 헨리 5세가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오른 젊은이의 초상”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잉글랜드 왕 헨리 5세(1387~1422)는 불과 26세 때 왕위에 오른다. 영화 속에서는 진실을 말해 주지 않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있다. 유일한 친구로 여기는 존 폴스타프(조엘 에저턴) 경마저 “왕에게 친구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부왕인 헨리 4세도 해내지 못한 프랑스 정복을 이뤄 내며 결국 그들과 같은 어른이 돼 간다.
최근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두고 “뒷모습으로도 연기한다”는 극찬이 쏟아지는데, 샬라메도 그 못지않다. 즉위식을 할 때 상의를 벗은 뒷모습, 그의 등뼈에선 어린 나이에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고독이 느껴진다. 샬라메의 나이가 24세란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인간에 내재한 유약함과 왕으로서 가져야 하는 강인함, 두 가지 모습을 자유자재로 보여 준다. 클라이맥스인 아쟁크루 전투를 앞두고 군사들에게 “너희가 잉글랜드다”면서 목청을 높여 애국심을 고취하다가도, “우리가 왜 여기(프랑스)에 있는가” 자문하며 고뇌한다.
헝가리에서 찍은 이 장면은 실제 전투 모습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하다. 비가 내려 진흙탕이 된 아쟁크루에서 잉글랜드군은 칼만 든 채, 갑옷으로 무장한 프랑스군과 치열하게 싸운다.
이에 대해 에저턴은 8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투를 단순히 표현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보이게끔, 혼란 상태를 표현하려 했다”며 “조사를 통해 지형이나 풍경, 의상, 헤어스타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또 ‘평화는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고찰도 담았다. “아버지의 적이었지, 내 적은 아니다”며 용서와 화해, 회유로 전쟁을 끝내려 했던 헨리 5세는 힘과 자신감을 강조하는 신하들의 조언을 따르지만 반전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의 공격적 투자, 제작사 플랜 B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랜 B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다. 플랜 B 공동 회장인 제레미 클라이너는 “뭔가 어렵게 느껴지는, 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더 킹: 헨리 5세’도 현대적이면서 옛날 이야기를 다루고 아쟁크루 전투는 액션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BIFF에는 ‘두 교황’과 애니메이션 ‘내 몸이 사라졌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 주연의 ‘결혼 이야기’까지, 넷플릭스 영화 4편이 초청돼 상영됐다. 모두 넷플릭스에서 11∼12월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또 12월에 ‘6 언더그라운드’를 선보인다. 마이클 베이 감독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손을 잡은 이 영화도 넷플릭스의 올 하반기 기대작이다.
부산=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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