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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 탑재 자율차, 구급차 오면 알아서 길 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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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의 ISC동 1층 로비. 스마트폰 앱을 열어 호출 버튼을 누르자 3분 만에 자율주행차로 개조한 제네시스 G80 한 대가 등장했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LG사이언스파크의 지상 주차장에서 있던 차가 호출을 받고 온 것이다. 차에 타 목적지를 설정하니 자동으로 주행을 시작했다.

이 차는 LG유플러스의 '5G(5세대 이동통신) C-V2X(키워드)' 기술을 탑재한 첫 번째 자율주행차다. 이날 마곡 일대 2.5㎞ 구간을 약 10분간 주행한 자율주행차는 사람 운전자의 핸들·페달·기어 조작 없이 100% 스스로 주행했다. 시속 30㎞의 속도 제한 구간에서는 시속 26~27㎞ 속도를 꾸준히 유지했다. 보행자의 도로 진입 같은 돌발 상황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자동 급정거하거나, 자연스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다른 차량, 교통 시설까지 동시에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자율주행 협력' 기술을 처음 시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3월보다 진화한 기술

LG유플러스는 이번 기술이 지난 3월 강변북로에서 선보였던 자율주행차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자율주행차는 C-V2X 기술 없이 차량에 탑재된 라이다(빛을 활용한 감지 센서)·레이더(전자기파를 활용한 감지 센서)·카메라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해 도로를 달렸다. 이러다 보니 자율주행차의 비(非)가시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 돌발 상황은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조선비즈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유플러스와 LG전자 직원들이 5G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시연하고 있다. 이 차는 자체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와 5G 망으로 전달받은 데이터를 종합해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주행한다.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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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율주행차는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에다 5G망으로 전달받은 다른 차량, 교통관제 시스템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상황을 판단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라이다, 레이더 같은 센서의 작동 거리는 최대 150m가량이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질 경우 탐지하지 못한다"며 "C-V2X 기술을 활용해 다른 사물, 자동차, 교통관제 시스템과 연동하면 자율주행차 센서의 거리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행 차량 영상 전송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율주행차 바로 앞에 있는 차량의 시야를 실시간으로 받아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 차량의 앞에 스쿨버스가 서 있고, 아이들이 타고 내릴 경우, 이를 전달받아 미리 대비한다. 횡단보도에 설치된 CCTV와 자율주행차도 5G망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CCTV가 횡단보도와 인근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다가 갑자기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등장할 경우 이를 자율주행차에 알려줘 멈추도록 한다. 자율차의 센서가 고장 났을 때 특히 유용하다. 구급차, 소방차 같은 긴급 출동 차량이 도로를 오갈 때는 미리 정보를 받아 차선을 자동으로 비켜주는 기능도 적용됐다.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다이내믹 맵' 기술도 적용됐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지도에 교통관제센터·CCTV·다른 차량 등에서 수집한 사고·공사 상황 같은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한다. 실제로 이날 LG사이언스파크 인근을 두 바퀴 도는 과정에서 첫 번째 주행 때 없었던 공사 현장이 갑자기 나타났다. 하지만 지도에 먼저 공사 구간이 반영되면서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차선을 바꿔 주행했다.

LG그룹 전체 역량 모아

LG유플러스는 그룹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집결돼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일대를 자율주행차 기술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날 시연한 자율주행차에는 LG유플러스의 5G통신 기술뿐만 아니라 LG전자에서 개발한 5G 통신용 단말, 센서 기술이 탑재됐다. 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용 카메라를 개발하고,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는 교통관제 시스템을 운영한다. LG유플러스 최주식 부사장은 "'원(one·하나의) LG'라는 깃발 아래 각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G 기반 C-V2X 기술

C-V2X(Cellular Vehicle To Everything)는 이동통신 기지국을 활용해 차량과 사물을 연결해주는 통신 기술이다. 스마트폰, PC가 인터넷에 연결된 것처럼 자율주행차, CCTV, 신호등, 도로 위의 다른 차량 등이 모두 통신망에 연결돼 상호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특히 초고속·초저지연의 특성을 가진 5G망에서는 반응속도를 극대화해 대응할 수 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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