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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애플·블리자드·NBA…'홍콩 시위' 덫에 잇달아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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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지지' 밝혔다가 불매운동·中 관영매체 비판 등 시달려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애플과 액티비전 블리자드, 미국프로농구(NBA) 등이 최근 잇따라 홍콩 시위라는 '덫'에 걸려들며 수난을 겪었다고 경제매체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난은 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시작됐다. 이 구단의 대릴 모리 단장이 홍콩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다가 중국 기업들의 '스폰서 중단' 등 역풍을 맞았다.

모리 단장은 6일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라고 썼다. 그러자 이 구단 스폰서인 운동복 업체 리닝과 상하이푸둥개발은행(SPD 은행) 카드 부문이 이 팀과의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모리 단장은 해명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복잡한 사건에 대해 한 가지 판단에만 기반해 한쪽 편만 들고 있었다"고 밝혔다.

NBA도 성명을 내고 모리 단장의 발언이 "중국에 있는 우리 친구와 팬들 다수의 마음을 깊이 다치게 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국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NBA가 인권을 위해 맞서는 대신 돈을 우위에 두고 잘못된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NBA에 대해 중국 시장 접근권을 지키기 위해 모리 단장을 희생양으로 삼고,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미국 시민을 벌주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는 애덤 실버 NBA 총재가 7일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해 모리 단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과 입장을 밝힌 NBA의 성명과는 온도 차가 큰 발언이었다.

그러자 8일 중국 관영 CCTV가 실버 단장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스포츠 채널에서 NBA 프리시즌 경기 중계를 즉각 잠정중단하고 NBA와의 모든 협력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CCTV는 "국가 주권과 사회 안정에 도전하는 어떤 언론도 언론 자유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NBA 경기를 중국에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중계하는 텐센트도 같은 조치에 나섰다.

실버 총재는 새로운 입장을 내놨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이 다른 이슈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차이를 판정하는 것은 NBA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다음 타자는 비디오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였다. NBA가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한 것과 달리 블리자드는 홍콩 시위자를 지지한 게이머를 즉각 퇴출시켰다.

홍콩 출신의 '하스스톤' 게이머인 블리츠청(청응와이)은 지난달 초 경기 후 홍콩 시위대의 상징인 가스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인터뷰에 나와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쳤다.

블리자드는 블리츠청에 대해 1년간 하스스톤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그가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을 몰수했다. 블리자드의 주주 중에는 중국 텐센트도 있다.

블리자드는 미국에서 역풍을 맞았다.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상원의원은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기 위해 창피를 당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트위터에 썼다.

CNBC는 9일 미국 웹 콘텐츠 평가 및 토론 사이트 레딧의 첫 페이지가 이 주제로 도배되는 등 인터넷상에 반(反)블리자드 정서가 확산했다고 전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도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쓰는 앱 'HK맵.라이브'를 앱스토어에 놔둔 것을 비판하자 애플은 9일 이 앱을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인민일보는 "애플이 사업과 정치, 심지어 불법 행위까지 뒤섞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애플은 자신의 현명하지 못하고 부주의한 결정의 결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HK맵.라이브를 앱스토어에서 내리며 이 앱이 홍콩 경찰과 거주자들을 위태롭게 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애플에 매출액 기준으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구글도 최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이용자들이 홍콩 시위자 역할을 수행하는 모바일 게임 '우리 시대의 혁명'을 삭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구글은 개발자들이 심각하게 진행 중인 분쟁이나 비극 등 민감한 이벤트를 이용해 게임으로 돈벌이를 하려는 것을 금지하는 내부 정책에 따라 이 앱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WSJ은 이런 결정 전에 구글이 홍콩 당국으로부터 이 앱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CNBC는 "애플이나 블리자드, NBA는 각각 중국의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지만 모두 중국의 의도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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