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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5세대 이동통신

국내도 잘 안터지는데… 5G 해외로밍 경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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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남호 SK텔레콤 로밍사업팀장이 스위스콤 취리히 사옥에서 SKT 2020년 로밍 사업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S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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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해외 5G 로밍’ 서비스가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론적으로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5G 서비스가 아직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반쪽 서비스’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해외 5G 로밍 속도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G 속도는 이론상 속도(20Gbps) 대비 3% 수준(500~600Mbps)으로, 초연결ㆍ초저지연 등 5G 특성이 반영된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사들은 지난 7월부터 유럽에서 해외 5G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지난 7월 각각 스위스와 핀란드에서 5G 로밍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KT도 9월부터 이탈리아 등에서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G 로밍 서비스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중국에서도 로밍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핀란드 등 4개국으로 로밍 지역을 확대하고, 내년에는 20개국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속도가 문제다. 국내 이통사들은 지난 4월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라고 홍보했는데, 막상 서비스가 시작 되자 LTE 보다 불과 200~300Mbps 빠른 수준이었다. 5G의 이론상 속도(20Gbps)를 구현하려면 초고주파(28㎓) 대역 기지국이 필요한데, 국내 이통사들은 정부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정책에 떠밀려 고주파(3.5㎓) 대역 기지국 설치에만 집중한 결과다.

3.5㎓ 대역은 28㎓보다 설치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커버리지도 넓어 빠른 5G 상용화에 제격이었다. 하지만 속도는 기존 LTE보다 조금 빠른 수준이라 진정한 5G 서비스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 초고주파 대역 기지국 설치가 완료돼 실질적인 5G 서비스가 제공되기까지는 2~3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이통사들의 해외 5G 로밍 서비스 확장 경쟁은 무의미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등도 초고주파 대역 기지국을 완전히 설치하지 못해 실질적인 5G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주파 대역 기지국을 설치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가진 단말기로는 빠른 속도의 5G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5G 단말기는 28㎓ 초고주파 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G 스마트폰을 구입한 회사원 김모씨는 “국내에서도 5G 서비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해외에서 5G 로밍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잘 모르겠다”며 “해외 5G 로밍 확장보다는 국내 초고속망 확충에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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