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팝인터뷰①]'버티고' 천우희 "처음으로 상실했던 연기 의욕 되찾게 해줬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위안 받을 수 있었으면..”

영화 ‘한공주’, ‘손님’, ‘곡성’, ‘우상’ 등을 통해 선이 굵은, 극적인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온 배우 천우희가 올해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내더니 신작인 영화 ‘버티고’를 통해 ‘멜로가 체질’과는 또 다른 서른의 얼굴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천우희는 ‘버티고’를 통해 연기 의욕을 되찾았다면서 자기가 그랬듯 관객들 역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버티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처음으로 연기 의욕이 없었다. 배우생활을 길게 한 건 아니지만, 많이 지쳤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내 부족한 모습을 반성하면서 더 좋은 점을 채워가야지 노력했다면, 그때는 의기소침해지면서 아예 연기적인 흥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그런데 ‘버티고’ 엔딩신에서 ‘관우’(정재광)가 해주는 말이 내 힘든 마음을 만져주는 것 같았다.”

이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연기를 해봐야겠다 의욕을 되찾아준 거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대하는 접근 자체가 달랐다. 원래는 연기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최대한 근접하게 나왔으면 좋겠고, 작품의 완성도가 아주 높으면 좋겠어서 아주 냉정했었다면 ‘버티고’는 시작 전부터 어떤 완성도이든 어떤 성적이든 상관없이 연기 의욕을 찾아준 그 마음만 갖고 감사하게 임하자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영화 '버티고' 스틸


이처럼 천우희는 출발부터 기존과는 다른 마음으로 ‘버티고’에 임하다 보니 혹독하게 스스로를 밀어붙이던 과거와 달리 촬영 내내 편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내 스스로 용납이 안 됐던 부분들이 나아졌다. 부족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스스로 보듬어줄 수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쉬움이 생기면 날 밀어붙이고 괴롭힌 타입이었다면, 이번에는 나한테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줬다. 또 내 캐릭터 중심으로 쭉 가기는 하지만 기교를 부릴 작품은 아니라 내가 느낀 만큼 진심으로 연기하고, 그걸 전달할 수 있도록 집중하려고 했다. 더 자유롭고 편안해졌다.”

천우희는 극중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 역을 맡았다. ‘서영’은 평범한 생활을 꿈꾸는 30세 직장인이지만 하루 종일 위태롭게 흔들리는 일상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다 결국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리는 인물이다. 이에 천우희는 ‘서영’이 겪는 상황에 따른 감정에 충실하고 그 감정을 계속해서 이어가는데 중점을 뒀다.

“시나리오는 담담하게 조금씩 쌓여가는 느낌이었다면, 완성본은 현장에서 만들어간 것들과 감독님이 의도하신 사운드가 합쳐지면서 더 극적으로 나왔다. 감정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아도 전사가 충분히 주어져있고, 상황들이 쌓이다보니 그걸 최대한 끌고 오려고 노력했다. 연기적으로 무언가를 더 표현해야겠다기보다 상황에 놓여진 ‘서영’의 상태를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천우희는 이번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감량하기까지 했다. “병적으로 과민한 여자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부러질 것처럼 여리여리하기를 원했다. 옥상 올라갔을 때 바람에 휘청거릴 만한, 연약한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클로즈업도 많고, 그런 느낌이 맞을 것 같아서 ‘버티고’를 위해 살을 뺐고, 촬영 동안 유지했다. 물론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 하하.”

헤럴드경제

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무엇보다 ‘버티고’는 서사가 아닌 ‘서영’의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보니 대사가 거의 없다. 오히려 미장센과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 동시에 천우희를 향한 잦은 클로즈업으로 관객들은 ‘서영’의 감정 속으로 깊게 파고들 수 있다.

“대사가 많으면 많아서 어렵고, 없으면 다른 걸로 전달해야 하니 어려운 것 같다. 프리단계 때 사운드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의 감각적인 연출과 내 연기 톤이 잘 맞아떨어질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고, 감독님 역시 상황에 대해 많이 풀어서 설명해주셨다. 그러면서 연기적인 방식을 바꿔봤다. 예전에는 테이크를 여러 번 갔을 때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외적인 것들과 합쳐졌을 때 어떤 감정의 깊이가 맞을지 몰라서 강도의 차이를 둬봤다.”

그러면서 “촬영감독님과 호흡하는 것도 감독님, 관객들과의 호흡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메라와의 호흡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울수록 교감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앵글 차이만으로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데 내가 아직 숙련되지는 않아 생각했던 느낌들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을 때가 있기는 했지만, 배우가 느끼는 감정을 미세한 근육으로 잡을 수 있는 거다 보니 부담스럽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버티고’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상실했던 연기 의욕을 되찾게되며 함께 하게 된 천우희. ‘버티고’ 덕에 마음가짐조차 많이 달라졌다는 그는 관객들 역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에는 힘들어도 힘들다고 생각 안 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꿋꿋하게 잘 버텨온 것 같다. ‘버티고’를 통해 너무 혼자서 인내하고 이겨내려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었음을 느끼게 됐다. 지금껏 성격상 그러지 못했는데, 이제는 힘들면 힘들다고 엄살도 피워보고 그래야겠다 싶다. 관객들도 내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마음처럼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위안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popnew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POP & heraldpop.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