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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공정위 늑장심사에 속타는 유료방송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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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과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반년 이상 심사를 질질 끌면서 업계가 몇 달째 '진퇴양난'에 빠졌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 심사 합의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모두 예상치 못했던 결정이었다.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 심사는 지난 3월 15일 신청이 접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7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법정 심사기한은 연장기한까지 포함해 120일인데도 불구하고 공정위 심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업계에선 2015년 말부터 무려 217일간 심사한 끝에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공정위가 불허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던 과거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지난 4월 합병 심사를 신청한 SK텔레콤도 공정위 심사 지연으로 티브로드 합병에 차질을 빚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공시를 내고 "공정위 합병 심사 및 승인 과정이 연장됨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기일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합병기일은 2020년 1월 1일이었으나 3월 1일로 변경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과거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SK텔레콤-CJ헬로가) 지금 기업결합 승인심사를 받는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하겠다. 공정위가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제시해 M&A 촉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과도 맞지 않는 행보인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리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 심사 결과를 고려한 다음 두 회사 모두 '조건부 승인'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둘 다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것이 유력하지만 조건이 다르면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속내"라며 "이해는 하지만 심사가 너무 오래 지연되다 보니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실패'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도 많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유선 케이블업체 인수 의사를 밝혔던 올 상반기만 해도 유료방송 업계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얻었다'며 고무된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고용 불안과 투자 위축이란 말이 계속 돌고 있다.

심사 지연으로 가장 불안해하는 이들은 케이블 업계다. CJ헬로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지난 10여 년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케이블 산업정책과 2015년부터 요동친 방송통신 시장 융합 속에서 심각한 고용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 업체인 CJ헬로 고객센터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CJ헬로 직원과 협력 업체 직원은 3000여 명에 달한다.

티브로드 사정도 다르지 않다. 티브로드 협력 업체 소속 케이블 설치·수리 직원 1000여 명은 SK텔레콤에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티브로드 원도급과 하도급 업체는 2~3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는데 합병 심사 결론이 늦어지면서 재계약 여부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케이블 업계는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지는 만큼 산업 생태계 기반이 약해질 것이라며 빠른 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CJ헬로와 티브로드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기본적인 영업활동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통신사도 투자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판이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유료방송을 인수한 뒤 8VSB 채널 수 확대, 디지털TV HD급 화질 업그레이드, 5G 콘텐츠 공동 제작 공급 등 다양한 투자 계획을 세워뒀지만 내년 초부터 진행하려던 투자 계획은 대부분 '올스톱' 상태다.

국내 통신사와 유료방송의 발목이 묶인 사이 구글과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은 파죽지세로 국내 시장에 밀려오고 있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상파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 합병을 승인할 때 'OTT 시장은 매우 동태적이어서 합병 1년 후 시정조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면서 "공정위 역시 유료방송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3년 전처럼 두 회사 M&A 심사에 시간을 끄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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