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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파견 · 용역직 노렸다…인사권 무기로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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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범죄' 실태 분석

피해자 인사권 쥔 비율 87%


<앵커>

저희 취재진이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산하 모든 기관들에서 지난 3년간 벌어졌던 성범죄 징계 내용을 입수를 했습니다. 들여다봤더니 상사가 자리가 불안한 파견직, 용역직들한테 접근한 경우가 많은데 그러고도 징계 심사를 받을 때는 또 당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정혜경, 김민정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자 메시지.

인사권을 들먹이며 강요한 둘만의 술자리.

3년에 걸쳐 직장 상사 B 씨에게 겪은 성희롱 고충을 A 씨는 정규직 직원으로 신분이 바뀐 뒤에야 비로소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A 정부출연연구소 관계자 : 계약직 신분일 때는 신분이 좀 불안하잖아요.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고 그때 용기를 내서 (신고를 하신 것 같아요.)]

B 씨는 징계위를 거쳐 해임됐습니다.

또 다른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피해자가 인턴사원이었습니다.

같은 연구실 연구원 2명이 여러 건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러 각각 정직,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SBS 이슈취재팀이 최근 3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체 공공기관의 성비위 징계 내용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전체 50건의 성비위 징계 가운데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사권을 쥘 수 있는 상급자인 비율은 87%에 달했습니다.

특히 성비위 피해자들 중 지위가 불안정한 파견직, 용역직 같은 간접고용 근로자들은 36%에 이르렀습니다.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공공기관의 징계 과정은 문제가 더 많습니다.

원청과 하청이 이어지는 간접 고용 형태가 많아 고용 관계가 복잡하다는 핑계가 많았습니다.

산하 기관에서 원청 직원에게 수년간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겪던 한 파견직 근로자는 견디다 못해 자사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은 회사가 아니니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놓은 조언.

마주치지 않기 위해 "수시로 사무실 비밀번호를 바꾸라"였습니다.

[이지은/변호사 : 하청 근로자에 대한 성적 괴롭힘이나 성희롱, 이런 학대가 발생했을 때 (그런 부분을) 공공기관에서의 경영 평가에도 반영하고, 그런 부분을 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절차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활발한 성격의 피해자가 바로 문제제기 하지 않은 이유가 의아하다."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가 평소처럼 나를 대했다." "업무 실수를 질책하자 악의적 감정을 품은 것 같다."

성희롱이 인정돼 징계를 받은 가해자들이 징계위원회에서 한 소명입니다.

징계를 피하려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 2차 피해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선정적인 사진을 보여주고 여직원들에게 술을 따르라고 해 해임당한 한 연구소 관리자.

그런데 징계 과정에서 신고한 피해자들이 누군지 가해자에게 명단이 통째로 제공됐습니다.

방어권 보장 차원이었다지만 이후 피해자들은 회유와 압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전국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조사를 벌였더니 피해자 중 27%가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고 이 때문에 성희롱을 당해도 참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80% 이상이었습니다.

성희롱 징계를 감경하는데 근무성적이 반영되는 구조도 논란거리입니다.

신입 직원에게 "사랑한다"며 스킨십을 시도한 한 연구소 관리자.

신체 접촉까지 있었지만 여러 포상 실적이 반영돼 정직 3개월에 그쳤습니다.

[이영희 노무사/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 성희롱 비위 행위는 다른 사안의 비위 행위하고는 다릅니다. 성희롱 행위는 다른 근로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징계 감경의) 결과 피해 근로자의 근로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김성태/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과방위) : 조직의 성과를 위한 상벌의 결과가 성희롱으로 인해 생긴 책임을 면제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적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중 성적 언행으로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성희롱의 정의입니다.

평등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저희 이슈취재팀이 계속 취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정영삼·정한욱, CG : 강유라)
정혜경, 김민정 기자(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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