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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국감] "DLF사태, 은행 탐욕· 당국 안이함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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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사기판매 가능성 제기…"기관·임직원 책임 물을 수도"

함영주·정채봉·장경훈 등 일반증인 출석…"상품선정위 기능 못해"

세계파이낸스

윤석헌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선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이 계속됐다.

금융당국의 안이한 태도가 금융소비자들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은 물론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일 만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DLF사태는 불완전판매를 넘어선 사기판매라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사 내부통제 취약…윤석헌 "DLF사태 일종의 겜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DLF사태를 거치면서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는 안중에도 없이 비이자수익 강화에만 집중했다는 데에서 은행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제 의원이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 간 WM임원 겸업, 우리은행의 3~5월 DLF 집중판매 등을 지적하며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따지자 윤 원장은 "실질적으로 KPI 등 잘못된 판매유인을 직원에게 부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DLF사태는 은행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안이함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DLF에 대해 소비자경고 등 어떠한 조처도 없었다"며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변명이 쉽지않다 생각하지만, 금감원엔 포괄적 감독조치권한이 없다. 룰베이스로 계속 가다보니 특정 사건만 지적하는 식으로 간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DLF 등에 대해 소비자민원을 통해 들어온게 소수라서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독일 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투자자가 부담해 (금리가) 높으면 (수익을) 얻고 그런 것인데, 괜한 일을 한 것이다.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는 일종의 겜블(도박)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태규 의원이 파생금융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의하자 윤 원장은 "어느 정도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전체적으로 막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DLF사태를 촉발한 금융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정무위 종합국감 전 향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상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기관 및 임직원 징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징계는 분쟁조정과 별개로 추진할 것이다. 현재 단정할 순 없고 어떠한 것도 다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원장은 이달 8일 금감원을 상대로 한 정무위 국감에서 "재발방지를 위해선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함영주 등 금융사 임원 증인으로…"하나銀 자료 고의 삭제"

이날 오후 국감에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 하나카드 장경훈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최고경영자(CEO)인 지성규 KEB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출석을 거부했다.

KEB하나은행에 대해선 금감원의 검사 직전에 DLF관련 자료를 고의로 삭제했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됐다.

지상욱 의원과 김종석 의원은 "금감원 실태조사 후 올 7~8월 중 DLF판매 현황을 파악한 후 불완전판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고의로 삭제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삭제자료를 저희가 잘 알고 있다. 크게 2개 파일이다. (삭제 파일은) 1차·2차 전수조사 결과 내용으로 손해배상을 위한 목적으로 전수조사한 자료인 것으로 저희들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주 부회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삭제 여부나 (윗선의) 지시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금감원은 최근 DLF 검사에서 금융보안원 협조를 받아 하나은행의 관련 자료 삭제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자료의 상당부분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파이낸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왼쪽)이 21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상품선정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은행에선 일부위원이 상품위원회 평가표 작성을 거부했음에도 '찬성' 의견으로 임의 기재했다. 반대한 위원은 다른 위원으로 교체됐다"며 상품위원회의 기능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은 "상품에 대한 전면 부정은 아니었고 (만기 도래) 기간이 짧다는 의견이 있었다. 상부 지시로 위원교체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이번 DLF사태는 불완전판매, 도덕적해이, 창구직원의 전문성 부족이라고만 치부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금융회사는 어떠한 근본적 조치를 취하고 책임져야 할 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제도개선책과 보상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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