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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무역분쟁 휴전?… 시진핑 "中 주도로 디지털 일대일로 구축"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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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과 중국은 무역 협상 1단계 합의를 끝냈다. 무역 전쟁으로 번지던 양국의 갈등이 협상 타결로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는 기대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통신·인터넷 등 4차산업 패권이 달린 첨단 분야에서 양국은 이전보다 더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중국 IT(정보기술) 기업과 기술을 중심으로 세계 디지털 업계를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AI,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미·중 무역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7일 중국 최대 AI 스타트업 4곳을 무역 제재 명단에 올리며 또 한 번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중 무역 전쟁에 부분 합의를 이뤄 표면상으로 휴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테크 분야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디지털 일대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6회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세계 각국은 인터넷을 잘 발전시켜 인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도록 중국과 함께 사이버 공간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서는 "미국 대신 중국 주도로 세계 인터넷 업계를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디지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선언한 셈"이라는 말이 나왔다.

중국은 세계 각국에 자국 IT 기업을 진출시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위성·통신·데이터 등 미국이 주도해온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하는 GPS(위성항법장치) 기술인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GPS 상용화는 미국, 유럽,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번째다.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 등 30여국에서 베이더우를 사용하고 있다. 위성 GPS는 향후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는 분야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최근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에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제공했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5G 사업에 난항을 겪었지만 신흥 시장인 동남아를 공략하며 다시 저변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싱가포르에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형 데이터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RWR어드바이저리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790억달러(약 93조원)를 투자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자국 기업을 진출시켜 디지털 '죽(竹)의 장막'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AI 집중 견제


조선비즈


중국의 디지털 사업이 전방위로 미국을 위협하자 미 정부는 중국 기업 때리기를 하며 견제하고 있다. 센스타임·메그비·아이플라이텍·이투테크 등 중국 AI 기업 4곳을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이 AI 스타트업들이 미국 기업의 부품·기술을 들여오려면 미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반도체 생산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은 AI 반도체 수요의 9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그중 상당부분을 엔비디아·인텔 등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미국 대학의 AI 기술 협력도 끊길 전망이다. MIT(매사추세츠공대)는 미 정부 발표 직후 "센스타임과 진행 중인 AI 공동 연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협력 연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단순히 산업뿐 아니라 과학, 군사 분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이 자국 기업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 확보에서 미국에 앞서고 있어 이번 '중국 AI 때리기'가 화웨이 제재 때와 달리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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