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또다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추후 전작권 전환으로 한국군이 재래식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이 핵무기 대응을 지휘하게 되면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벨 전 사령관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군이 재래식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은 핵무기 대응을 지휘하는 것은 '역량의 분리'이자 '지휘통제의 분리'"라며 "이는 위험과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해졌다"며 "북한이 핵 역량을 갖게 된 이상, 주권과 지휘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적 고려보다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군 지휘부만이 핵무기와 핵우산 제공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며 "한국이 모든 작전을 수행하다 핵전쟁 상황이 되면 미국이 마치 마술처럼 핵우산을 들여오는 시나리오는 군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작권이 전환돼도 한미동맹의 역량이 실제 분리되진 않겠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 연합군의 전력이 분리됐다는 오판을 하게 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은 이런 지휘통제체계를 허점으로 여길 것이고, 핵우산 반격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믿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가 동족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국군과 민간인을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북한 정권 아래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6∼2008년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UN)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벨 전 사령관은 대표적인 전작권 전환 반대론자 중 한명이다.
한편 국방부는 전작권 조기 전환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빈센트 브룩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들을 만나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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