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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통폐합 반대 1만여명, ‘혁신’ 송정중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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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동의없는 통폐합 추진에

학교·지역사회 한몸으로 막아

시교육청 “혁신미래자치학교 유지”

마곡2중 배정 원할 땐 전학 가능

교부금 등 재정 손실은 불가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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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반대 운동을 시작할 때 가능성은 0이었죠. 우리는 단지 이 모든 일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서울 강서구 송정중학교의 학교운영위원장인 이기연씨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다섯달 동안 송정중 구성원들, 특히 학부모들은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끝내 ‘송정중 유지’가 결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2020년 3월 개교예정인 마곡2중학교(가칭) 신설과 연계하여 추진하던 송정중학교 통폐합 계획을 취소하고, 송정중학교를 혁신미래자치학교로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송정중에 다니면서도 신설되는 마곡2중으로 배정을 원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옮길 수 있도록 조처할 예정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한몸이 되어 일방통행식으로 학교 통폐합을 밀어붙이던 행정 권력의 방향을 바꿔낸 흔치 않은 사례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강서구 마곡동 택지개발지구에 중학교를 신설하기 위한 조건으로 송정중을 폐교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폐교 문제가 불거진 올해 5월부터 송정중 학생·학부모·교사 등 구성원들이 강한 반대 운동에 나섰고, 통폐합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언론 등을 통해 알렸다. 학교 구성원들은 물론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통폐합을 추진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됐다. 이기연씨의 말대로 잘못된 사실을 지적하는 목소리의 힘은 의외로 셌다. 지난 8월 송정중 통폐합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에는 무려 1만3075명(전체 의견의 87.8%)이 폐교 반대 의견을 보내 교육청을 압박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호응이 컸다.

게다가 송정중은 ‘혁신미래자치학교’로 선정될 정도로 성공적인 혁신학교로 손꼽혔기에, 평소 혁신학교를 강조해온 조희연 교육감으로선 폐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송정중 폐교는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및 혁신학교 정책과 배치됐다”며 ‘송정중 유지’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송정중 유지’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입장에선 학교통폐합 조건으로 교육부한테서 교부받은 마곡2중 신설비(204억원)가 문제다. 조건을 이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이를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와 사후 처리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재정 손실 등 여러가지 애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결정에는 그런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송정중에는 날이 갈수록 송정중에 오려는 학생들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번창하는 마곡동 택지개발지구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공항동 구도심 사이의 갈등에도 불씨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송정중 구성원들은 “이번 폐교 반대 운동을 통해 배운 게 많다”며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이기연씨는 송정중 폐교 반대를 위해 공항동에서 연 ‘주민 큰잔치’를 사례로 들며, “지역사회와 학교가 얼마나 서로를 필요로 하는지 잘 알게 됐다”고 전한다. 송정중 학부모회장을 맡은 노수진씨는 “혁신학교는 지역사회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친다면 송정중은 혁신학교로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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