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대만, 홍콩 정부에 "시위 사태 촉발한 살인범 데려가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홍콩인의 살인사건과 관련해 살인범의 인수를 거부하던 대만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홍콩으로 와서 살인범을 데려가겠다고 밝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대만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邱垂正)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에 서한을 보내 찬퉁카이(陳同佳)와 그의 범죄 자백서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추 대변인은 "홍콩 정부가 이 사건을 다루지 않겠다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이를 다룰 것"이라며 "내일(23일) 우리 경찰이 홍콩에 가서 그를 인수해 데려와 죗값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 6일 홍콩 시위대가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을 규탄하며 홍콩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찬퉁카이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함께 여행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이에 홍콩으로 돌아온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고, 재판 결과 그에게는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를 실행할 수 없었다. 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 등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송환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것에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생겼고, 결국 장기간의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어졌다.

찬퉁카이는 23일 형기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마음을 바꿔 살인 범죄에 대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에 홍콩 정부는 대만에 찬퉁카이의 신병 인도를 통보했지만, 대만 당국은 지난 21일 정치적 조작이라며 그의 인수를 거부했었다. 대만 당국은 "사건 해결을 위해 홍콩 측에 사법 공조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있다가 송환법 수정을 위해 고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찬퉁카이의 대만행 의사를 밝힌 시점과 그의 자수를 설득한 인사를 둘러싼 의혹, 홍콩 정부와 중국 매체의 일치된 화법 등으로 미뤄 ‘자의적인 결정이 아닌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 제기를 했다.

[전효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