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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발암물질 검출 의약품 회수 비용 놓고 핑퐁게임하는 제약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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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약품 관련 업계가 발암위험 물질 ‘N-니트로소다이메틸아민(이하 NDMA)’ 검출 의약품 회수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약회사, 유통업체, 약국은 의약품 회수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상대방에게 밀어내기 바쁘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유통업계는 의약품 회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손실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환자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국 역시 판매 마진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때도 회수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지 못했는데 최근 라니티딘 성분 회수 시에 최소한의 비용은 보전 받아야한다"며 "우리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 회수 의무를 대신하는 것에 대한 댓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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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잔탁 등 NDMA 검출 의약품 회수는 국내에서 지난해에 이어 2번째 발생한 의약품 사고에 따른 대응조치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2급 발암위험물질로 지난해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성분의 원료에서 처음 검출됐으며, 올해 위궤양치료제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에서도 추가로 나와 전량 판매중지·회수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재처방으로 인한 환자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의원 방문 시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 환자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직접 구매한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에서 직접 교환·환불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환불·회수 비용은 국내 의약품 시장에 참여한 이해 관계자들 사이 폭탄으로 떠올랐다.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는 제약회사가 의약품유통업체에 의약품을 주면 유통업체가 자사에 돌아가는 이익을 감안한 가격에 약국에 공급하고, 약국 역시 이익을 남기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대한의약품유통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는 의약품 회수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제약회사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제약사가 추가 발생 비용을 적극 부담하면 NDMA 검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게 돼 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제약회사를 상대로 이번 사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이미 청구한 상태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 의약품을 교환하게 되면 의사의 진찰과 재처방을 받는다. 이때 병원에 지급되는 건강보험 급여 지원금이 추가 발생 비용이 되는 것이다. 또 이 환자가 약을 다시 받으러 약국으로 가면 약국에서 조제료 등 추가 비용이 생긴다.

건보공단이 지난 9월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을 취급한 69개 제약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구상금 규모는 총 20억3000만원에 달했다. 10만 9967명을 대상으로 발생한 진찰료 9억6400만원과 13만3947명의 조제료 10억6600만원을 합친 수준이다.

제약회사들은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의 NDMA 검출이 해외 원료의약품 제조사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부 제약회사는 구상금 청구가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공단의 비용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발생하게 될 의약품 불순물 검출 사고에서 불리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 입장에서도 자진 회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판매가 전액 환불이나 유통비용, 공단의 구상금 청구까지 겹쳐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원만한 의견 조율과 정부의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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