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서울시, 현금성 청년복지 확대…'세금 퍼주기' vs '필요성 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년간 4천300억 투입…무분별한 사용·지자체 간 경쟁 우려

박원순 "청년에 가장 절박한 정책…부정 사용 거의 없어"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김지헌 기자 =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청년지원정책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는 그 수단으로 청년수당 확대와 월세 지원이라는 현금성 수단을 택했다. 내년부터 청년수당 연간 수급자를 현재의 4배인 3만명 수준까지 늘리고, 청년 1인 가구에는 최장 10개월간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연간 1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현금성 복지라는 점에서 '세금 퍼주기' 논란이 재차 불거질 우려가 있다. 서울시가 2016년 청년수당을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며 당시 보건복지부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만 19∼29세 중위소득 150% 미만 미취업 청년에게 매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청년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대상을 34세 이하 청년까지 확대하면서 졸업한 지 2년이 지나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졸업 2년 이내 구직자에게 지급하는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지원 대상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청년수당은 전용 계좌와 카드를 통해 지급된다. 2016년 2천831명(수급자 기준)을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수혜를 본 청년은 2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구직활동 지원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일부 수급자들이 노래방, 영화관 등에서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금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수당 카드는 특급호텔·카지노·안마시술소·주점 등 유흥업종에서는 사용이 제한되지만, 식당과 문화여가시설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불성실한 태도로 수당 지급이 중지되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2019년 8월까지 반드시 제출해야 할 자기활동 기록서를 미제출해 수당 지급이 중지된 사례는 517건이었고, 유사 수당을 중복으로 받은 것이 드러나 수당을 반납한 사례는 34건이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번에 처음 도입된 월세 지원의 경우 사용처를 확인하기 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원 대상자가 월세를 먼저 납부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계좌로 지원금을 직접 입금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수급자가 받은 지원금을 월세가 아닌 다른 용도로 써도 확인하기 어렵다.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청년수당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충북도처럼 재정이 어려운 타 지자체는 여전히 도입에 난색을 보인다. 여기에 월세 지원까지 더해질 경우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시선도 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에게 일정 부분 지원은 필요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하다 보면 지자체 간 경쟁을 불러올 수 있고, 재원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중앙 정부와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중앙과 지방 정부 간 역할 분담 등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지자체가 현금 급여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같은 돈이면 실질적으로 취업과 연결된 사회 서비스를 늘리는 게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시는 기본 소득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현금성 복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굳이 구직활동이 아니더라도 청년의 사회적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이날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청년·서울시장 타운홀미팅'에서도 수당을 받아 책을 쓰거나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 청년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박원순 시장은 "청년수당과 월세 지원은 큰 틀에서 보면 기본 소득의 하나"라며 "많은 청년에게 해당이 되므로 보편 복지가 되고 기본 소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당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년을 믿는다"며 "불신에 기초한 행정과 정치로 인한 비용이 더 크다. 그간 청년수당을 지급하면서 부정한 일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3년 예산 4천300억원 중 내년에 우선 1천112억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구직활동비 지급 등은 현 정부도 추진 중인 정책인 만큼 여당이 절대다수(110석 중 102석)인 시의회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의회 박기열(더불어민주당) 부의장도 이날 행사장에서 "담당 위원회 등을 통해 청년예산만큼은 1원도 삭감하지 않도록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재정은 어느 때보다 튼튼하고 충실한 상태"라며 "청년수당은 가장 절박한 분야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런 부분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아니라 리얼리즘(현실주의)"이라고 강조했다.

okk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