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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한국영화계 이대로 두면 ‘제2봉준호’ 못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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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용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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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는 스타 감독·배우, 대규모 예산에 의존하는 대작 중심의 기획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신인 감독, 약한 캐스팅, 중규모 예산의 기획은 환영받지 못한다. 스타와 배급 능력을 중시하고 상영시장을 배려한 이러한 투자경향은 바로 대기업이 독점하는 산업 환경의 산물이다. 이런 환경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봉준호 감독의 출현은 비관적이다.”

최용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세미나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었다.

최 부회장은 연 누적관객 2억명이 유지되는 것은 영화를 선호하는 중·장년층 소비시장이 늘었기 때문으로, 한국영화가 건재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확대로 인한 관객 증가현상은 낮은 연령대의 한국영화 관객층이 심하게 이탈하는 위기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며 “관객 수가 유지된다는 겉모습으로 산업이 건재하다고 낙관할 수 없으며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가 지속된다면 아무리 소비시장이 커지더라도 한국영화는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서는 상영업체와 배급업체 등을 동시에 보유한 CJ·롯데 등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영화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급·상영 부문 겸영금지, 스크린 독과점 금지, 예술영화전용관 의무화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CGV·CJ엔터테인먼트를 보유한 CJ그룹과 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를 보유한 롯데그룹이 ‘자해적 거래’를 통해 영화 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CGV와 롯데시네마의 상영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이지만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시장 점유율은 30% 내외”라며 “배급사에 유리한 것보다 극장에 유리하게 부금(배급사와 극장이 영화 수익을 나눈 금액)이 형성되는 것이 전체 그룹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부 또는 정부기관의 개입을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한국영화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배급사는 극장의 이익을 비호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한국영화 번성을 위해 창작자와 어떻게 협업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혁신을 주도할 것인지, 어떻게 차세대 창작자들을 키워낼 것인지 회사의 명운을 걸고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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